[뉴스엔뷰]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 연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뉴시스

25일 오전 9시 현재 임시 분향소에 안치된 희생자는 모두 90명이다. 전날 65명에 이어 25일 발인이 예정된 학생 24명과 진도에서 시신이 인양된 1명이 유가족의 희망에 따라 추가로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이날 오전엔 지난 20일 전남 진도 사고 수습 현장에서 모 국장이 기념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던 안행부 장관도 분향소를 찾았다.

강병규 안행부장관은 이날 오전 8시 55분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조용히 헌화한 강 장관은 영정 사진을 둘러보고는 눈물이 나는 지 안경을 벗어 손으로 눈을 닦았다.

사고 발생 열흘째인데 실종자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냐고 재차 묻자 강 장관은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뒤 서둘러 경기도 합동대책본부가 마련된 올림픽기념관 지하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장인을 비롯해 등교 전 친구들 얼굴을 보러온 학생 등 시민들의 조문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 등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날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홍명보 국가대표 축구단 감독, 연예인 김보성씨, 서청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피아니스트 이희야씨 등이 차례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전 날에 이어 이날도 분향소를 찾았다.

서 장관은 "희생자가 늘어 전 날 조문하지 못한 학생이 있다"며 "매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못한 게 많습니다. 모두 죄인이에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기념관을 찾은 이대석(70)씨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광역시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이모(46·여)씨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남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자식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실망했다"며 "그동안 어른들은 뭘 하고 산 것인지 왜 이 지경이 된 건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40대 여성은 분향소에서 30여분 간 큰 소리로 통곡하다 지인의 부축을 받고 밖으로 향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 오열하는 세월호 유족=뉴시스

사고 후 9일 만에 첫 등교 한 단원고 재학생 가운데 100여명은 가슴엔 검은 리본을, 가방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을 달고 헌화 분향 했다.

학생들은 열흘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만날 수 있었던 후배들의 영정 앞에 국화를 헌화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자신을 신문기자라고 밝힌 한 쪽지에서는 "날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들 눈물의 1할도 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 임시합동분향소 입구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뉴시스

분향소에서는 한 때 "우리 아이의 사진은 사진 찍지 말아 달라"는 유족의 항의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아직 아이의 소식을 모르는 가족이 있다"며 "가족들이 뉴스에 나온 아이의 사진을 볼 수 없도록 제발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일부 유족은 언론노출을 피하기 위해 합동분향소 내 위패를 백지로 남겨두기도 했다.

분향소에 마련된 스크린엔 '아가야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렴…'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 등 전국각지에서 보낸 휴대전화 추모글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이틀 동안 수신된 문자메시지는 3만건을 넘어섰고 수신 폭주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10여분간 작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화랑유원지 내 분향소가 마련되는 29일까지 임시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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