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추측으로 사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 아시아나항공 소속 화물기가 추락한 사고와 관련 실종된 기장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선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된 승무원 수색이 선행돼야 할 이때 검증되지 않은 추측으로 사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추락사고 직후 사고 화물기의 A기장이 사고 한 달 전 6개 보험사로부터 30여억 원에 달하는 보험 상품들을 가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각 언론들은 일제히 보험업계의 말을 인용해 이 내용을 보도했으며, 곧 ‘화물기 추락사고, 증폭되는 미스터리’로 헤드라인이 정해졌다.



의혹의 내용은 “A기장이 억대 연봉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여러 보험 상품을 단기간에 가입했다는 것은 보험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노렸다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는 것. 심지어 ‘실종된 A기장을 전형적인 보험 사기범’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을 보험사기 드라마와 같이 이끌어 세간의 흥미 거리로 변질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언론이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보험금 운운하며 전 조종사를 매도하고 있다”며 “사고 조사는 모든 정황과 사실을 취합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림에도 보험금을 운운하는 건 조종사로서 치명적인 명예훼손이며 항공업계 조종사와 가족에게도 엄청난 불명예”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사고를 죽은 자의 문제로 돌리면 나머지 산 자들이 편안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면 동일한 사건은 또 발생할 것이고 그 피해는 언론과 피해자 가족의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지나친 의혹 제기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 보험업계에 공문을 보내 무차별 의혹제기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김수봉 부원장보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고를 두고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섣불리 의혹을 제기하면 (A기장이 사망했을 경우) 유족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계약자를 보호하는 보험사의 의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험 산업의 신뢰에도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험사가 특정인의 보험가입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해당 보험사나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등도 법률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발언이다. 보험가입 여부 및 보험금 규모는 본인 또는 가족의 사전 동의 없이는 노출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신용정보법 처벌 조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된다.


김 부원장보는 “다만 A씨가 여러 보험사에 중복 가입하게 된 경위는 파악 중”이라며, “보험에 많이 가입한 다른 항공기 조종사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혹제기를) 자제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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