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이번 개인정보 유출의 핵심은 ‘대출모집인’이다. 허술한 보안을 틈타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유통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대출모집인’이 있다.

이들은 금융사의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을 포섭, 금융기관의 고객정보를 빼돌리고 있다. 건당 얼마 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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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대출모집인 제도가 유용하지만 반대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영업을 위해 도입했지만 그것이 이제 금융기관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 시장이 형성될 정도이다. 암암리에 형성된 개인정보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의 개인정보는 ‘대출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정보이다.

대출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정보는 최근 대출을 한 기록이 있는 고객이다. 이들은 또 다시 대출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고객 정보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그리고 이 정보를 구입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다. 대출모집인을 비롯해서 전화금융사기 등도 이들 정보를 거래하고 있다.

그중에서 대출모집인에 의한 고객 정보 유출이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사 내부 직원 특히 고객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을 포섭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직접 정보를 빼오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금융기관의 보안이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에 본거지를 둔 해킹 전문가들이 국내 금융기관 DB를 해킹하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보안의식이 높아지면서 이 역시 쉽지 않게 됐다.

때문에 금융기관 내부 직원 특히 고객정보를 담당하는 직원을 포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됐다.지난해 12월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역시 대출모집인이 저지른 일이었다.

대출모집인 제도는 1996년 외국계 은행이 부족한 영업망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금융사의 영업이 기업 위주에서 가계 위주로 옮겨지면서 대출모집인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기관 역시 경쟁이 치열하게 되면서 저마다 대출모집인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대출모집인 숫자도 2004년 2000여명에 머물던 대출모집인 수는 2011년 말 2만2000명에 달했다. 은행(5953명)과 할부금융(8055명), 저축은행(4429명), 보험(3618명) 등 대부분의 금융업종에서 대출모집인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모집하는 담보대출은 약 37조원, 신용대출은 6조2000억원이다. 전체 대출 중 평균 25% 가량을 대출모집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인건비 절약 등을 이유로 영업점의 창구를 줄이고 있으면서 오히려 대출모집인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기존에는 대출상담을 금융기관에 소속된 정규직원이 담당했다.

때문에 정보 유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영업점 창구 직원을 대폭 줄이고, 대신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하는 것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대출모집인은 ‘건당 수수료’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출모집인으로서는 고객 정보가 곧 ‘영업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대출모집인으로서는 ‘한 명의 고객 정보’라도 더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고객 정보를 입수하는데 혈안이 됐고 개인정보 시장이 형성될 정도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출모집인은 금융기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직업윤리 의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건당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많게 되면서 영업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직업윤리 의식 등은 내팽겨친지 오래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대출모집인 제도를 축소하거나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대출모집법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금융기관이 대출모집인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대출모집인에 대해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대출모집인을 줄이고, 계약을 맺은 금융사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17곳에 공문을 보내, 직원 1명이 관리하는 대출모집인 수가 200명을 넘지 않도록 담당 직원을 늘리고, 관리 책임을 부행장 등 임원급으로 상향하라고 요청했다.

또 은행 직원을 대출전담 마케터로 활용해 대출모집인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의 동의 없는 계좌 개설’ 등 금융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큰 업무를 맡기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것은 업계의 시선이다. 대출모집인 영업 의존도를 갑자기 낮출 수는 없는 문제이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대출모집인의 불법 대출모집을 감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출모집인을 타겟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부여된 책임은 없고 실적에만 혈안이 되게 만드는 현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본급이나 고용안정 등 기본적인 처우를 개선하면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모집인들은 불법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이 실적에만 혈안이 돼있고, 인건비 줄이는 것에만 혈안이 되면서 손쉬운 대출모집인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처럼 영업점에서 창구를 늘리는 방식이 필요한데 인건비 절약을 이유로 창구를 계속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출모집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그동안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이 대출모집인 제도에 대해 너무나 손 놓고 있었지 않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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