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정국 '장기표 역할' 가능할까?


1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녹색사회민주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2012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서다. 그 만큼 그의 창당 선언에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의미가 녹아있다.


서울 법대 재학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이었던 장기표 대표는 1970년 11월 노동운동가 고(故)전태일이 분신자살하자 서울대학교 학생장으로 치르겠다고 유가족에게 제의하는 등 일찍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장 대표는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에 맞서며 1972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70-80년대에 걸쳐 수차례 감옥살이를 했다.


장 대표는 특히, 1989년 재야운동의 제도권 진입을 목표로 이재오, 김문수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지만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해 해체됐다. 이후 이재오, 김문수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며 제도권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장 대표는 여전히 재야에 머물렀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재오, 김문수 같은 '동지'들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일정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똑같이 경남 김해 출신인 장 대표는 2004년 말 당시 이재오,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나라 망치는 대통령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책을 내며 노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자질 부족, 민주화운동 콤플렉스, 철학의 빈곤, 조작된 서민 이미지의 실체, 포퓰리즘 정치, 노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의 실체 등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대표는 2009년 세종시 정국 당시 고독한 투쟁을 벌였다. 그 해 10월 광화문 사거리 동화 면세점 앞에서 '수도 분할 반대 시위'를 펼친 것이다. 당시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은 장 대표를 이렇게 표현했다.


"허청허청, 광화문의 새벽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 어느날, 오전 5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어, 장기표? 학생운동·노동운동·재야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알려진 바로 그 장기표. 광화문 사거리 동화 면세점 앞에서 ‘수도 분할 반대 시위’를 한다더니, 정말 밤을 꼬박 새워 연좌 시위를 벌이다가 새벽이 돼서야 돌아가는구나. 현수막 하나 만들어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다가 사진촬영 끝나면 흩어지는 요새 시위와는 너무 다르구나. 그도 이제 64세, 저 나이에. 수도 분할은 망국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천막 치고 자리 깔고 앉아 ‘아날로그식 농성’을 벌인다. 신념은 참으로 무섭다."


"한나라당의 그 많은 금배지들은 세종시 문제를 뻔히 목격하면서도 충청도 유권자들의 집중포화가 두려워 침묵하거나 말장난에 매달리고 있다. 영혼 없는 금배지들의 폭탄돌리기. 광화문에서 옛 동지들과 함께 ‘수도 분할 반대’를 포효하는 장기표. 멋지다!"


이런 장 대표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복지정책을 강구하기 위해 녹색사회민주당을 창당하려 한다"며 나섰다.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최상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민주주의와 생태주의를 국가 운영과 삶의 기본이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故조영래 변호사의 친구이고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장 대표가 지난 세월 걸어왔던 발자취에 비춰 그가 만들 새로운 정당은 보수(保守)를 제대로 감시하고 보완하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보수세력도 '친북'과는 무관한 장기표의 신당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당으로 또, 잠재적 우군으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중도세력들도 장기표를 눈여겨 보게 될 것이다.


때문에, 내년 대선 정국에서의 '장기표 역할론'이 떠오른다. 강한 민중성을 갖고 있는 장 대표가 자신의 동지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돕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그림이 현실화 된다면 2002년 대선 당시 유시민 개혁당 대표가 노무현 후보를 도왔던 것보다 훨씬 큰 폭발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오랜 재야 동지들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정계에 진입한 데 반해, 홀로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해왔던 장기표 대표, 그의 고독한 투쟁이 결실을 맺을 시간이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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