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탁 혐의 입증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
검찰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청탁의 대가로 국세청 전직 임원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하고 칼끝을 국세청 전직 임원들에게 겨눴다.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현직 임원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이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 전직 임원에게 통상적인 자문료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김영편입학원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 전직 조사국장인 상훈세무회계 대표 이희완씨를 주목하고 수사를 진행, 지난 2006년 김영편입학원 회장에게서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좌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이 전 국장을 지난 15일 구속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국장이 2006년 6월 퇴직한 직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SK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정황도 포착했다.
통상 기업들은 절세를 위해 국세청 관계자들에게 감세방법, 절세방법 등을 자문 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당량의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세금관련 기술 자문료는 500만 원 내외라고 한다.
이 전 국장과 SK그룹 사이에 오간 거액의 자문료와 관련, 이 전 국장과 SK측은 정상적인 계약에 따른 합법적인 자문료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뭔가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그룹 계열사는 이 전 국장이 퇴직 후 5년간 매월 5000여만 원씩 30억 원 이상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관료에 대한 기업들의 전관예우 관행에 비춰보더라도 이 같은 SK그룹의 대우는 매우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의 해명처럼 정상적인 자문료라면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주목하고 세무조사에 관한 대가성 여부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건넨 자문료는 합법적인 자문료 보다는 이 전 국장이 현직 때 세무조사를 눈감아 주고 받은 ‘사후사례금’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이 전 국장이 대표로 있는 상훈세무회계법인이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을 맡아 컨설팅을 해줄 만큼 규모가 크지 않는 점도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검찰은 또한 이 전 국장이 받은 수십억 원의 자문료 가운데 일부가 다른 국세청 간부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즉, SK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추후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청탁해 줄 것을 부탁하며 제공한 ‘보험성’ 로비 자금일 것으로 보고 이 전 국장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거론됐다. 이 전 국장은 2005년 과장직급에서 1년 만에 국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이슈가 될 정도였다.
당시 직속상관인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바로 한 전 국세청장이었다. 일각에선 이 전 국장의 보험성 로비 자금이 한 전 청장에게도 흘러들어 가지 않았나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국장을 둘러싼 거액의 자문료 의혹을 입증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그룹은 이 전 국장에게 건넨 거액의 돈이 적법한 자문료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전 국장 또한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3월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가 한 전 청장에게 자문료로 6억 원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기소하지 못한 것처럼 청탁 혐의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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