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야당과 ‘소통’모습 연출 · 손, 대선전략 ‘이용’ 가능성 우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오는 27일 영수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13일 손 대표가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한지 꼭 8일만이다.


영수회담 협상을 주도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동철 민주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과 16일 각각접촉 한 결과, 오는 27일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대학 등록금, 저축은행 사태, 한미 FTA 등 6가지 의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영수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낮았다. 민주당 측은 6월 임시국회에 앞서 영수회담을 열자는 입장이었고, 청와대 측은 7월 초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영수회담 무산론이 흘러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 같은 비관론을 일축하며 영수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이번엔 영수회담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용두사미론의 핵심은 광범위한 의제에 대한 비관론이다. 김동철 민주당 비서실장에 따르면 이번 회담의 의제는 대학 등록금, 저축은행 사태, 한미 FTA, 일자리, 가계부채, 추경예산 등 총 6가지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대학 등록금, 저축은행, 한미 FTA 등은 폭발성 의제다. 반값 등록금은 당초 손 대표가 영수회담을 청와대에 제안한 명분이었고, 저축은행 사태는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도덕성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는, 한미 FTA는 벌써 4년째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안건이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 민주당이 광범위한 의제에 합의한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영수회담과 관련, “의제는 거창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일말의 기대감마저 깡그리 소멸된 상황이고,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제2의 촛불항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비상한 상황에서 제1 야당 대표가 가야할 곳이 청와대인가”라며 이 대통령과 손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쇼로 영수회담을 전락시켜서는 안 되고, 손학규 대표는 영수회담을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꼬집은 뒤 “이번 회담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회동처럼 이 대통령에겐 명분을, 박근혜 전 대표에겐 약속을 주기위해 치러지는 연극으로 진행된다면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영수회담 의제에 전격적인 합의안을 내놓더라도 국회 파행이 불가피한 이유는 또 있다.


청와대와 제1야당을 제외한 소수정당의 국회 기능을 무력시키는 모양새 때문이다. 대학등록금의 소관 상임위는 교육과학기술위이고, 한미 FTA는 외교통상위, 물가는 기획재정위, 일자리는 환경노동위 소관이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각각의 의제에 합의하더라도, 각 당의 이해관계 조율 과정에서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여야정 협의체는 국회의 고유 권한인 FTA 동의안 심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한미 FTA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손 대표가 청와대와의 영수회담 이후 한미 FTA 딜레마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 청와대와 민주당 간의 영수회담이 용두사미에 그칠 경우 정국의 눈은 또다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영수회담 직후부터 정치권과 언론은 내달 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각 후보진영은 유일한 친박계 후보인 유승민 의원과의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전언이고, 동시에 언론은 박 전 대표의 의중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영수회담은 꽃놀이패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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