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계와 대한의사협회 찬반 입장 맞서
[뉴스엔뷰]
[기획]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명암
① 디지털 헬스케어의 뜨거운 감자… 기업의 이익 VS 개인정보 보호
② 디지털 헬스케어 입법 동향 집중 분석 :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관련 대표적 법률로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태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5월 19일 소관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거쳐 소위에 회부됐다.
정태호 의원, 전재수 의원 등 11명의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 이유에 대해서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기존 법령에서 다루지 않은 디지털헬스케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에 관한 산업 생태계 육성과 보호 및 활용 원칙을 마련하여 디지털헬스케어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산업 전반에서 첨단 디지털헬스케어기술의 활용을 촉진하고, 디지털헬스케어산업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ㆍ시행하기 위한 지원 및 추진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며, 특히 디지털헬스케어기업의 기술역량 제고를 위한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하여 민간의 디지털헬스케어산업 활성화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들 의원들은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과 건강 관리가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이끌 중요한 동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환자가 늘어나고 점차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자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서 이 법안 발의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보건의료 지원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예방 관리 및 모니터링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입법 진행 중
현재까지 현행법 체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의료‧비의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인공지능‧데이터 등의 이종 산업과 서비스 간 결합, 제품의 서비스화 또는 서비스의 제품화와 같은 융합형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산업융합 촉진법, 소프트웨어 진흥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한 법률안과 가이드라인이 분산되어 있어서 체계적인 발전 방향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안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미래 유망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인력양성, 수요창출 및 사업전환 등 각 부문 간이 연계되어 협력해 나가는 정책의 추진 체계와 지원제도 미비 등으로 이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기‧소프트웨어‧시스템‧플랫폼의 연구개발‧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산업을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으로 정의하고, 이 법에 따른 지원 대상인 디지털헬스케어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정책을 조율하고 점검할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위원회 수립, 관련 기업들에 대한 지원안, 전문인력 양성 대책안, 해외 진출 사업을 위한 센터 설립, 관련 협회 설립안 등이 큰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이 법의 목적을 효율적‧체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 및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한다.
둘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심의하고 그 추진사항을 점검하기 위하여 산업통상자원부에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규정한다.
셋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기업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기업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등 우대, 조세 특례, 우선구매 등 각종 지원 시책의 근거를 마련한다.
넷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관련된 전문인력의 양성과 고용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국제협력과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하여 관련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지정하여 해외시장 진출 지원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여섯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자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의 보급 촉진을 위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협회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법률안 놓고 산업계 찬성 VS 대한의사협회 반대 속 입장 변화 기류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 산업계와 의료계는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산업지능화협회,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의료영역에 정보통신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라는 본질적인 부분이 사라지거나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은 미래 유망사업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수요창출에만 집중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산업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관련 기술을 보유하거나 개발하는 업체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수반돼야 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 법안을 반대했다.
지난 7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서정숙 의원과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공동 주최로 ‘제3회 건강향상 정책관리 포럼 - 디지털헬스케어로의 전환, 그 임상적 근거와 경제적 가치’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협 유소영 정보통신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법률 제정에 대해서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 등을 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의협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법안에 대한 이 같은 반대는 입장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해진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오면 의료계 일각에서도 점차 비대면 진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현실화를 외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글로벌 경제의 판도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부상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외형적으로는 반대입장을 냈지만 의협은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본격화를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의협은 지난 7월 7일 오후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정보의학전문위원회(위원장 경북의대 외과학교실 정호영 교수)’ 발족식 및 제1차 회의를 개최해, 산업적 구조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선도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의료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에 따른 국민의 건강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의협 정보의학전문위원회는 오는 8월 11일 2차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며, 디지털 의료시대 변화 선도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때는 산업과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 아닌, 환자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선제적 진단과 분석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의료 문제에 있어서는 영리적 추구보다 국민의 건강권이 최우선 되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의료계가 의료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과 요구들을 기반으로 정보의학전문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나서 이해당사자 갈등 방지,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해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도래는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입법을 앞두고 의료계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 간의 갈등 확대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라는 점을 각인하고 제품 및 기업 인증 작업을 더욱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의료 빅데이터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제도의 법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정부는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