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사태 이후 탈당 러시
20~30대 여성 및 진보 인사들 "차라리 잘된 일"
선명성 찾아가는 진보정당, 민주당2중대 탈피 중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엔뷰] "사건은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 권력과 직장 내 위력이 바탕이 된 범죄로 정치 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했는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희정 전 지사는 모친이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밤, 형 집행 정지와 귀휴 조치를 받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 문제는 빈소에 여권 정치인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직과 당직을 걸어 조화와 조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중략)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6일 발표된 안희정 지사 모친상 관련 정의당 입장)

"어렵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이에 대한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다면 다음에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례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이고 재발 방지 대책"(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SNS 글 )

최근 정의당이 내놓은 두 가지 메시지는 '젠더'와 관련해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모호한 입장을 취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박원순 전 시장 조문과 관련 심상정 대표의 사과성 발언 이후 이 문제를 지적하는 메시지가 흐려지는 것 처럼 보였지만 되려 선명성 있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진영에서는 "아쉽고 유감스럽다. '두 의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강민진 정의당 혁신위 대변인), "심 대표 사과는 불필요한 혼란을 키우고, 의도와 무관하게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혁신위원회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결과를 낳았다(홍명교 정의당 혁신위원장), "성추행 피해자가 절망했던 그 '위력'에 적극 가담한 것이다.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인 저스트페미니스트 역시 심상정 대표의 사과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를 돌렸다. 저스트페미니스트는 정의당 대표실에 연서를 전달하고, 관련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 거부 발표 이후 이어진 '탈당' 행렬 역시 과거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 이후 친 여권 성향의 당원들이 대부분이고, 되려 20~30대 여성들의 입당은 늘고 있다. 또한 최근 정의당의 조문 거부 발표 의원들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SNS에 ‘#탈당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정의당에 힘을 실어줄 때’라며 탈당 거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명성 되찾는 과정
과거 정의당은 정의당은 2016년 7월 소위 ‘메갈리아 논란’으로 당원 탈당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게임업체 넥슨은 2016년 7월 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린 한 성우와 계약을 해지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정치적 의견이 직업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며 “넥슨의 결정이 부당하며 이런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메갈리아를 옹호한다는 주장이 빗발쳤고 일부 당원들은 탈당계를 내고 당을 나가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상무집행위원회는 “이 논평은 메갈리아에 대한 지지 여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님에도 정의당이 친메갈리아인가 아닌가를 놓고 수많은 논쟁을 야기했다”며 “부당한 노동권의 침해라는 취지전달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논평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 역시 당시 “부적절한 논평이 나가 걱정과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며 “서운하셨겠지만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글을 올린 바 있다. 이후 이 같은 애매모호한 정의당의 진보적 인식은 논란을 지속케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당시도 심 대표와 정의당은 "이번 검증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적나라한 특권사회의 모습은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줬다"면서도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고 여권과 함께 정의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우리 사회의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힌바 있다. 

정의당 혁신위는 이와 관련해 최근 "새로운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득권 정당으로부터 지대를 할당받으려는 마름 정당을 지향했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옹호로 민주당의 2중대로 변질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강민진 혁신위원 역시 "기득권 입장과 진보 입장 사이에서 널뛰는 집권세력의 실책을 더 강하게 비판하고 교정하지 않으면, 국회 담장 밖의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새로운 정의당'은 '과거의 정의당'과 다르게 이른바 '진보적 야성'을 회복 중에 있다. 젊은 세대들의 정의당 진출 직후 당은 조국 사태 입장에 대한 사과, 윤미향 의원 의혹에 대한 입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발언 지적,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조화 비판, 박원순 전 시장 조문 거부, 추경안 처리 입장 등이 그 예다.

정의당 관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지만 감히 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소리 높였던 것이 정의당"이라면서 "현재 대중 정당이라는 기치 아래 문제가 발생한 점도 있으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성정치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와 여성, 소수자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고, 이제 앞으로 그 선명성을 되찾을 것"이라면서 "다시 정의당이 '나의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 날 것"이라곳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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