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3000억원 규모 유동성 대책만 발표돼
추가 지원 여부도 불확실…항공사 매물 또 나오나

손명수(왼쪽 세 번째) 국토교통부 2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명수(왼쪽 세 번째) 국토교통부 2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엔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사 갈림길에 놓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항공수요 자체가 줄어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일부 업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LCC의 주간 국제선 여객 수는 3월 넷째 주 들어 전년 동기 대비 99% 이상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3월 넷째 주 3871명(-99.3%), 3월 다섯째 주 3797명(-99.2%), 4월 첫째 주 2016명(-99.6%), 둘째 주 1266명(-99.8%), 셋째 주 1239명(-99.8%)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사실상 '셧다운'과 다름 없는 셈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은 현재 모든 국제선을 비운항 중이다.

LCC들은 해외로 비행기를 띄우기 어려워지자, 제주선 등 국내선 증편으로 타격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LCC업계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LCC들의 잇단 등장으로 급성장한 국내 항공시장은 지난해 여름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에 수요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초반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이미 '과당 경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가 이어지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LCC 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대형항공사(FSC)에 집중되자, 사실상 정부발(發)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이어진다.

정부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현재까지 LCC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지난 2월 나온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대책뿐이다.

지금까지 집행된 금액도 제주항공에 400억원, 진에어에 300억원, 에어부산에 300억원, 에어서울에 200억원, 티웨이항공에 60억원 등 총 1260억원 정도다. 1차적 지원액인 3000억원도 모두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l이밖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금융에 산은이 1000억원, 수은이 700억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신생 LCC들의 상황은 더욱 고달프다. 지난해 3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지원 대상도 아니다.

아직 취항 전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와 달리, 지난해 연말 국제선에 첫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지원에서 배제됐다.

금융 당국의 자금 지원 심사를 위한 과거 3년 간의 실적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CC 업계는 정부의 조속한 추가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항공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추가 지원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됐다.

지난달 29일 손명수 국토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손 차관은 "LCC에 3000억원 융자지원을 실행했고 필요시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사의 자구 노력과 고용안정 또한 강조했다.

다만 국토부와 자금을 집행하는 산은 간 입장 차 때문에 실제로 신속한 추가 지원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산은은 지난달 24일 '항공사 지원 관련 간담회'에서 추가적인 LCC 지원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부처 간 협의와 실제적인 지원 집행까지 더디게 진행될수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항공사들은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에 이어 또 다른 항공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지난해부터 항공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달아 터지자, LCC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도 관심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신생 항공사의 경우 아직 노선 경쟁력 등을 갖추지 못해 M&A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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