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유가전쟁 일단락
5∼6월 하루 970만 배럴
유가 상승은 미지수…"감산량, 너무 적다"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AP/뉴시스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AP/뉴시스

[뉴스엔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12일(현지시간) 하루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OPEC+가 결정한 감산 규모 중 가장 큰 수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유 수요가 폭락한 상황에서 국제유가를 떠받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OPEC+가 이날 긴급 회의를 통해 하루 970만배럴 감산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OPEC+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에 돌입한 지 한 달 만이다.

하루 970만배럴 감산은 5월1일 시작되며 6월까지 이어진다. 이후 감산량은 7월에서 올해 말까지 하루 800만배럴, 2021년 1월~2022년 4월 하루 600만배럴로 줄어든다.

앞서 9일 OPEC+는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멕시코의 막판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당초 OPEC+는 애초 세계 공급량의 10% 수준인 하루 1000만배럴 감산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멕시코가 반기를 들었다.

OPEC+는 멕시코에 하루 40만배럴 감축을 요구한 반면 멕시코는 하루 10만배럴을 감산할 용의가 있다며 맞섰다.

1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 회의에서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참가국 모두 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감산 수치를 논의하기는 꺼렸다.

OPEC+의 이번 합의에 따라 멕시코는 하루 10만배럴을 감산해야 한다. 미국은 멕시코를 대신해 추가 감산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멕시코의 감산 할당량 부족분인 25만~30만배럴을 메꿔줄 예정이며, 멕시코가 나중에 이를 갚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을 중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OPEC+가 큰 합의를 마쳤다. 이는 미국에서 수십만 개의 에너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거론하면서 "백악관 집무실에서 방금 그들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에도 큰 걱정거리였다. 1월 정점 대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53%, 63% 내렸다.

이처럼 유가가 폭락하자 미국 에너지 기업의 수익악화 및 줄도산 우려가 커졌다.

WSJ은 미국이 OPEC+회의에 참여하지 않지만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러시아, 멕시코 측과 대화해왔으며 OPEC+의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유가가 오를지는 미지수다. WSJ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하루 최대 3000만배럴 감소할 전망인 상황에서 일부 분석가들은 합의가 너무 늦었고 규모도 너무 적다고 말했다.

아울러 OPEC+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의 경우 민간 기업에 감산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