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단 직원 2200명 중 550명 빼고 무급휴직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뉴스엔뷰] 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연을 이유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4000여명을 강제 무급휴직시킨 가운데 휴직자 중에 한국노무단 소속 직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 간 협정에 따라 노무단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돼있지만, 이번에 미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고갈을 이유로 노무단원들을 무급휴직시켜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한국노무단 직원 약 2200명 중 55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무급휴직 대상에 포함돼 기지를 떠난 상태다. 

한국노무단은 탄약·보급품 수송, 병상자 후송, 야전 축성, 도로 건설·유지, 보급소 운영 등 기지 운영과 전시 대비를 위한 주한미군의 핵심 구성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현행 한미 협정 상 한국노무단 임금은 방위비 분담금이 아닌 미국 예산으로 충당하게 돼있다는 점이다. 

1967년 발효된 '대한민국과 미 합중국 간의 한국노무단의 지위에 관한 협정' 중 합의 양해사항 제3조에는 '합중국은 대한민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합중국 군대를 위하여 노역을 수행하는 한국 노무단과 그의 고용원의 유지와 관리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협정이 있음에도 한미 정부는 그간 협정을 위반한 상태에서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노무단 임금을 지급해왔던 것이다.

미 정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가 한국노무단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노무단은 6·25전쟁 당시 참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조직이다. 전쟁 발발 1년이 지난 1951년 7월 당시 유엔군은 적시에 보급품을 운반하기 위해 한국노무단(KSC, Korea Service Corps)을 창설했다.

한국노무단은 3개 사단, 2개 여단으로 편성됐다. 노무단은 전선부대에 탄약·연료·식량 등 보급품을 운반하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한편 진지공사와 도로·교량 보수 등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한국노무단은 도로 사정이 열악한 산악 지역에서 지게로 보급품을 운반했다. 유엔군은 지게가 알파벳 A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지게부대(A Frame Army)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6·25 전쟁 당시 지게부대가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 ⓒ국방부
6·25 전쟁 당시 지게부대가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 ⓒ국방부

지게부대 소집 대상은 35~45세 민간인이었지만 실제로는 10대와 60대도 참여했다. 휴전 때까지 20만여명이 한국노무단에 참여했다. 이들은 철모도 없이 무명바지나 학생복 등 징집 당시 옷을 그대로 입고 참전해 적에게 쉽게 노출됐다. 미 국립문서관리청 자료에 기록된 전사자 수만 2000여명이다.

지게부대는 6·25전쟁 동안 군인과 다름없이 희생을 감수했다.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한국노무단은 작은 체구였지만 무거운 보급품을 지고 고지를 오가며 지원 업무를 용감하게 수행했다.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최소한 10만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더 파병해야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한국노무단 구성원들은 더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주한미군의 필수 인원이라고 여겼던 자신들이 비필수직으로 분류돼 무급휴직 대상이 되자 일부 구성원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판단한 것처럼 550여명의 직원만으로도 유사시 대비 태세 약화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면 한국노무단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한 국세 낭비일 것"이라며 씁슬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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