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불황에 부채 늘고 라임 투자로 손실 우려까지
현산 "일관되게 인수 과정 진행 중…딜 자체에 집중"

지난해 열린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서의 정몽규 HDC 회장. ⓒ뉴시스
지난해 열린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서의 정몽규 HDC 회장. ⓒ뉴시스

[뉴스엔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고민에 휩싸였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을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이라고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 공시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전체적인 인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 보더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수자금 2조5000억원은 시작에 불과할 뿐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기까지 투입해야 할 자금이 더 막대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뛰어올랐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위기까지 겹쳐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선례도 있다.

지난 2008년 한화는 6조3000억원을 써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다음해 인수 취소 결정을 내렸다.

조선업황이 악화된 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전체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3150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후 법정공방을 통해 1260억원을 돌려받았다.

일부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불이행 귀책사유가 금호그룹에 있다는 근거를 상당히 확보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계약금 2500억원을 회수할 퇴로를 마련했다는 것인데, 근거의 골자는 금호그룹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와 관련한 불투명한 정보 제공이다.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라임펀드에 200억원 규모로 가입한 것은 인지했으나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가 연기되긴 했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팎으로 고민거리가 느는 상황이지만, 인수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 날짜를 7일로 정한 건 아시아나항공이었다"며 "현산은 어떠한 날짜도 공시하지 않았다. 인수절차가 마무리 되고 딜이 종료돼야 납입을 하는 것이다. 현재 일관되게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비전으로 내놓은 항공과 물류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에 있어서 핵심 축을 담당할 기업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를 계속해서 내비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을 시행하고, 기존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을 유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종전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하기로 예정된 1조4665억원 중 1조1745억원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자금 상환과 단기채 및 주식담보부차입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한도 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산은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사시키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다. 만약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은 인수와 관련해 산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산은 역시 추가 지원이나 재협상이든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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