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직원 40% 정리해고
여행업계, 유급휴직·급여반납·휴업·폐업
"직간접 종사자 25만명 생계 위험해"

2일 오전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가 텅 비어있다. 이 센터에서는 작년 3월 하루 8만개의 기내식을 만들었지만 현재는 2900개의 기내식만 생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2일 오전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가 텅 비어있다. 이 센터에서는 작년 3월 하루 8만개의 기내식을 만들었지만 현재는 2900개의 기내식만 생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뉴스엔뷰] 현재 전세계는 유난히 전염성이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경제활동이 멈췄다. 전 산업에 걸쳐 운영이 정지되고, 국가간 이동은 물론, 자국내에서의 이동조차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의 여파를 가장 빨리, 또 직접적으로 받는 항공과 여행업계가 괴사위기에 직면했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해결책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산업자체의 위기도 문제지만 국내의 경우 25만여명에 달하는 직·간접 종사자들의 고용유무가 불투명해지며 여러 가정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달들어 업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돼 본격적인 '코로나 보릿고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운항을 멈춘 이스타항공의 여객기. ⓒ뉴시스
운항을 멈춘 이스타항공의 여객기. ⓒ뉴시스

◇ 이스타항공, 희망퇴직 등으로 40% 정리해고 강행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에 매각이 결정된 이스타항공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해 직원 750명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1차 희망퇴직을 공고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오는 3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24일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통보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을 진행한 이후 구조조정 목표치에 미달하면 5월31일 정리해고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사측은 지난달 31일 열린 이스타항공 노사 간 회의에서 현재 1683명인 직원을 930여명까지 줄인다고 밝혔다고 한다. 약 750명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대한항공도 이달 초 2년차 이상의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직 신청을 받은데 이어, 이달 중순 2년차 이하 객실승무원까지 전체 승무원으로 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이날 공개된 하루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인천의 대한항공 기내식 생산 시설은 현재 창고로 쓰이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1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하청업체인 케이오도 정리해고를 예정 중이며, 한국공항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는 이미 일부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실업대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정부의 폭 넓은 유동성 지원만이 주효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 직간접적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 수준"이라며 "전방위하고 신속한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여행사 부스가 여행객도 직원도 없이 텅 비워져 있다. ⓒ뉴시스
인천공항의 여행사 부스가 여행객도 직원도 없이 텅 비워져 있다. ⓒ뉴시스

◇ 정부지원에도 휴·폐업으로 신음하는 여행업계
이날 현재 대형 여행사를 비롯한 국내 많은 여행사가 대부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시행하거나 휴업, 폐업하고 있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4월 한 달간 전 직원 유급 휴직을 시행 중이다. 특히 본부장급 이상 임원은 급여 100%를 반납한다.

2위 모두투어는 3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단행했다. 애초 한 달을 예정했으나 4월에도 연장 시행이 유력하다. 임원은 이미 수개월째 임금 30%씩을 반납하고 있다.

3위 노랑풍선 역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월부터 유급 휴직을 시행 중이다. 4월에는 유급 휴직 연장과 대상 인원을 늘릴 예정이다.

그나마 대형 여행사는 정부의 특별 고용 유지 지원금에 자체 부담을 보태 70%까지 임금을 지급한다. 직원들은 임금이 줄었으나 고용이 유지돼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외국인 국내 관광을 취급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대형 여행사의 대리점 격인 소형 여행사 등 영세 여행사 중에는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여행사의 경우 사장과 직원 등 한두 명이 일하거나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싶어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신청하기가 불편해 휴업하거나 폐업한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여행업계는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 등 혹독한 감염병 위기도 이겨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 침체도 극복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무후무한 시련"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업계 요청사항 중 고용유지 지원이라도 이뤄진 데 감사한다"며 "사태가 급반전하는 기적을 바라기보다 생존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의 면세점에 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된 채 문이 잠겨있다. ⓒ뉴시스
서울시내의 면세점에 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된 채 문이 잠겨있다. ⓒ뉴시스

 ◇ 텅빈 면세점...협력업체 직원들은 불안의 나날
해외 여행 수요가 아예 발생하지 않으며 면세점들이 단축영업에 들어가며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영업 시간을 대폭 단축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점포도 생겨나고 있어 현장 판매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협력사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면세점들이 중소 협력사에 자금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세가 꺽이지 않으며 앞날은 불투명하다.

영업 시간이 줄면 판매직원들의 고용이 줄어들고, 물건이 덜 팔려 많이 갖다놓을 필요가 없어지면 물류업체도 인력을 감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의 지원에도 결국 시장원리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이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풀어줌으로써 고용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중소·중견 면세점이다. 에스엠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부담, 시내 면세점 출혈경쟁으로 누적된 경영악화를 견디다 못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영업은 9월30일까지만 한다.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인천공항점을 포기하고 싶어도, 위약금이 너무 크기에 사업권 반납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점에서 근무하던 SM면세점 소속 직원들은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겠지만 브랜드 직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다른 면세점 브랜드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든 인원이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 등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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