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이준호 기자] 대법원이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해 논란이 일었던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 방송사 시민방송이 "제재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 유지 의무와 사자(死者) 명예 존중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백년전쟁 방영 재단법인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 조치 취소 소송 상고심' 판결을 위해 대법정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백년전쟁 방영 재단법인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 조치 취소 소송 상고심' 판결을 위해 대법정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사진=뉴시스)

다만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대법관 13명 중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76으로 의견이 갈렸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 등 7명은 방송 내용의 공정성·공공성을 판단할 때에는 매체와 채널, 프로그램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백년전쟁은 유료 비지상파 방송매체 등을 통해 방영됐고,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므로 심사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 행위, 특히 그 내용에 대해 행정적 제재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가급적 억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방송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시된 문제의식과 표현 내용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지를 가리는 것"이라며 "국민의 역사 해석과 표현의 보장 정도, 국민의 역사 해석과 표현에 대한 국가권력 개입의 한계와 정도가 판단된다는 점에서 법원으로선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 등 반대 의견을 낸 6명은 백년전쟁이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정책적 공과(功過)보다 이들의 인격에 대해 주관적·악의적으로 편집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은 "백년전쟁은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을 취사선택해 그 내용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다""상반된 의견은 전혀 다루지 않아 공정성·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측이나 과장, 단정적 표현 및 편집 기술을 통해 사실관계와 평가를 특정 관점으로 왜곡시켜 역사적 인물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했다""모욕적 표현으로 고인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견을 따를 경우 선별되고 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내용의 방송을 해도 '역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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