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상의 삶 시로 표현,
일부 시들은 역사 인식에 대한 시인의 고뇌와 성찰을 느끼게 한다.

[뉴스엔뷰] 중년, 우산, 넥타이, 나무, 부자 등 흔히 접한 일상을 소재로 삶의 이야기를 표현한 한 변호사 시인의 시집이 눈길을 끈다. 작은 새를 안고 바람처럼 스쳐가는 시들이라고나 할까.

변호사 작가로 알려진 이원호 시인의 시집 <새들을 태우고 바람이 난다>(2019년 11월, 파란)에 소개된 80여 편의 시가 좋은 세상을 희망하는 바람을 솔깃하게 전하고 있다.

이 시인은 대학을 다닐 때 운동권이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해 변호사가 됐다. 과거 운동권이 연상되는, 87년 6월 항쟁을 떠 오르게 한 시 ‘넥타이’는 항쟁의 주동력이었던 넥타이부대를 주요 맥락으로 삼았다.

어느 날 시인이 단단한 것을 씹다가 이가 부러진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중년’이라는 시 제목을 달았다. 중년에 부러진 이는 ‘욕망’이자 ‘병사’이고 ‘노병’이자 또한 ‘젊음’이기도 하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성산포에 서면’이라는 시는 제주 4.3민중항쟁 때 억울하게 죽어간 수백의 생사 목숨들에 대한 곡진한 진혼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들 일상 속에 습작한 시들이지만 하나하나 시어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일부 시들은 역사 인식에 대한 시인의 고뇌와 성찰을 느끼게 한다. 또한 과거 역사를 현재로 끌어와 표현한 방식이 독특하다.

자신이 경험한 과거 이전의 과거까지 소환한 듯 한 시적 분투는 단순히 심미화가 아닌 과거를 미화화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갱생하고, 이 세계를 갱생하고자 하는 투쟁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표지

역설적인 표현을 담는 시 ‘부자’는 무소유와 마음의 풍요를 표현한 대표적 시이다.

 

부자

 

나에게 땅이 있다면

깡그리 팔아

은행과 연을 끊으리

 

혹시 남은 땅이 있다면

다시 팔아 놀러 다니리

 

그래도 남은 땅이 있다면

다시 팔아 놀러 다니리

 

내 것으로 한 뼘의 땅도

남겨 놓지 않으리

 

이 시인은 시집 서문을 통해 “사방이 온통 벽이다, 담쟁이가 벽을 짚고 벽과 더불어 자신의 국경을 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경계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심오한 말을 남겼다.

시집에 대해 해설을 한 채상우 시인은 이원호 시인을 이렇게 평했다.

“이원호의 시는 윤리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특정 담론들로 에워싸여 있다는 뜻은 아니다. 혹은 섣부른 자기반성이나 모종의 유사 깨달음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일단 이원호 시의 샘물은 대부분 일상에서 발원한다는 점이다.”

이원호 시인은 전남 장성에서 출생해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법무법인 ‘함백’의 대표 변호사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평화시민회 공동대표, 민변 통일위원회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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