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옥상화가는 왜 '나무'를 그렸을까
서촌 옥상화가는 왜 '나무'를 그렸을까
  • 김철관 대기자 newsnv@abckr.net
  • 승인 2019.09.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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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작가의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전시 눈길

[뉴스엔뷰] 나무를 보면 사람들을 보듬고 지켜주는 성황당같은 존재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무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

서울 서촌 옥상에 올라 펜화를 그려 서촌 옥상화가로 알려진 김미경(59) 작가가 서울 서촌의 꽃과 풀이 아니라 전국을 다니면서 그린 나무 펜화작품 70여점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미경 작가는 지난 18일부터(오는 101일까지) 서울 종로구 지하문로 12길에 있는 서촌 창성동실험 갤러리에서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라는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작품들은 세 번째 개인전이 끝난 이후인 지난 2017년부터 지난 여름까지 2년여에 걸쳐 그린 작품들이다.

29일 오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창성동실험실 갤러리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전시작품
전시작품

먼저 나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림 이유가 궁금했다.

서촌의 꽃과 나무 등 풍경을 그릴 때만 해도 사실 나무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림 한 귀퉁이의 엑스트라정도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무이다. 지난해 초 제주도를 갔는데 중산간마을 가시리에서 만난 큰 동백나무 구석물당이 계기가 됐다. ‘구석물당은 제주어이고 성황당이란 뜻이다. 구석물당 동백나무는 폭력과 학살과 전쟁으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가시리사람들을 위로하며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였다. 이를 계기로 나무에 관심을 가지니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무를 그리게 된 계기가 됐다.”

제주도 동백나무에 매료된 이후, 2년 여간 전국을 다니며 펜으로 나무를 그렸다. 서울 서촌의 느티나무뿐만 아니라 전남 강진, 경북 경주와 포항, 충북 괴산,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딸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 그곳 나무를 그렸다. 행복을 기원하고 인간을 지켜주는 성황당같은 존재로 나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근사해지고 인간들을 위해 바람과 그늘도 제공하고 인간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말이 없다. 그래서 인간의 오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됐다.”

전시 대표작품으로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오늘도 걷는다3>를 꼽았다.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은 구불구불한 가지와 검은 현무암 위에 동백꽃잎이 점점이 떨어진 모습을 애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슬픔을 머금은 풍경임에도 낙화의 자태가 너무 곱기에, 모진 세월을 견디며 아름다움을 버려낸 동백나무의 강인함 그 자체를 표현했다.”

<오늘도 걷는다3>는 첫 개인전에도 등장한 거리인 서울 경복궁 서쪽 영추문 앞에 앉아 그렸다. 4년 만에 다시 그린 작품인데, 박근혜 정부 시절 그린 첫 개인전 그림은 동네 거리 풍경과 군복을 착용하고 걸어 다닌 전투경찰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길거리에 휘감아 도는 나무를 초점으로 그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4년 만에 다시 화구를 가지고 영추문 앞에 와 앉아보니 나무의 넉넉한 품새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열린 시선으로 나무에 초점을 맞춰 풍경을 담았다.”

김미경 작가
김미경 작가

김 작가는 서촌 옥상에서 그린 그림으로 첫 개인전 <서촌 오후 4>(20152)연다. 이후 201511<서촌의 꽃밭>을 주제로 두 번 째 개인전을, 201710<좋아서>라는 주제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2018년 펴낸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한겨레출판)는 종이와 펜, 몸과 춤이 직교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담고 있다.

김미경 작가는 서울 서촌의 풍경을 옥상에서 그림을 그려 서촌 옥상화가로 불린다. 1960년 대구 출생으로 서강대 국문학과와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입사해 <한겨레>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일했다. 2005년부터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일했고, 2012년 한국으로 와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지난 2014년부터 전업 작가로 서울 서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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