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 강길식 집배원의 명복을 빕니다.

[뉴스엔뷰]  지난달 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소속 30대 청년집배원이 돌연사로 숨진데 이어 지난 19일 아침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이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진우체국에 근무한 고(故) 강길식 집배원이다. 고인은 올해 49세로 병력도 없었고, 올 초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도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검결과 과로사로 인한 뇌출혈로 밝혔다. 올 상반기 발생한 과로사 및 안전사고로 숨진 집배원은 9명으로 늘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대전 한국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고 강길식 집배원 사망 전국우정노조 기자회견’에서 규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동호 전국우정노조위원장은 “올 상반기에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하나 책임진 사람은 없고, 우정사업본부는 ‘돈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했고,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20일 장례식장 앞 기자회견(우정노조)
지난 20일 장례식장 앞 기자회견(우정노조)

특히 유족인 고인의 아내는 “우리 부부는 말로만 주말 부부였지, 남편이 일이 많아 두세 달에 한번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남편과 같은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집배원 노동자들은 인력충원과 토요 근무 폐지 및 주5일제 실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는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만 끌어 왔다는 것이다. 방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치한 동안 또 한명의 집배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집배원들이 과로로 인한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때이다.

지난 18일 열린 경사노위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은 집배원 노동자들이 연간 2745시간(2017년 기준)을 근무하고 있고, 이런 장시간 중노동으로 만성질환과 사고 위험, 직무스트레스 노출 등의 우려가 많다며 ‘집배원노동조건개선 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8년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집배원 토요 배달 폐지’에 합의했다. 2017년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000명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이런 노사합의와 권고안을 실천만 했어도 이번 과로사는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응해 전국 2만 7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투표와 오는 30일 파업출정식을 열고 7월 9일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년도 아닌 올 상반기 동안 집배원 노동자들이 9명이나 생명을 잃었다. 이런 암담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묻고 싶다.

우정사업본부는 줄곧 재정상황 악화로 인한 인력 증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5년간 우편물량이 줄었고, 인건비 상승과 앞으로 상시계약 집배원 공무원전환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루 150만 통의 우편물을 취급하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절규에 찬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집배원 노동자들의 과로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이때, 인간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진우체국 고 강길식 집배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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