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9판 인쇄 출판 '벽을 문으로'

[뉴스엔뷰] 한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발전방향을 강조한 책이 관심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4선, 인천 계양)이 지난달 4일 자신이 쓴 한 권의 책을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 있는 소설가 이외수 작가에게 선물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벽을 문으로>(중앙북스, 2009년 11월 초판, 2018년 4월 9쇄)라는 책이다.

지난 2월 25일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한 나에게도 그 책을 선물했다. 이외수 작가와 나에게 선물한 책의 공통점은, 책 표지 뒷면에 자필로 쓴 ‘민유방본 본고방녕(民惟邦本 本固邦寧)’이라는 한자성어였다.

짧은 한자 지식에 때문에, 아무리 그 뜻을 헤아리려고 해도 서툴렀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송 의원의 한 보좌관에게 휴대폰 메시지로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는 송영길 의원이 자주 쓴 말이라며, 서경에 나온 말로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니, 백성이 견고하면 나라가 평안하다’라는 뜻이라고 알려왔다. 책을 읽고 나니 그 의미의 본질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2009년 첫 출판해 개정판을 통해 2018년 4월 9쇄 출판을 했다. 정치인들의 책은 왠지 출생, 고향, 살아온 길, 업적, 의정일기 등 자서전 형식이 많다. 그렇기에 책을 읽거나 평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서평을 쓴 경우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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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문으로>도 그런 요소를 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인 송영길이 어려운 한자성어를 써주며 선물한 책이기에 꼼꼼히 읽었다. 한 마디로 그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담은 책이었다. 9쇄를 출판할 만큼 의미 있는 책이었다.

<벽을 문으로>를 정확히 말하면 ‘벽을 뚫고 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현안이든 좌절의 벽에 부딪치면 희망과 도전의 문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절하지 말고 설득하고 대화하고 참여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그는 여산 송(宋)씨 30대 손이다. 그가 선조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1952년 4월 13일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맞선 전투에 목숨을 걸고 싸웠던 송상현 동래부사와 전라좌수사로 노량해전에 총탄을 맞은 이순신 장군을 보좌하여 승전을 이끌었던 송희립 장군이다.

모친은 광산김 씨인데, 광산김 씨인 충장공 김덕령 장군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권율, 곽재우 등과 합동작전을 펼쳐 명성을 떨친 분이다. 이처럼 선조들의 씩씩한 기상이 자신에게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 매력에 빠지게 한 것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된 80년 5월 18일 이후, 우리나라 지식계급이 보여준 비겁함과 직무유기에 비롯된 점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이 전두환의 광주학살을 위한 군부대 이동을 묵인하고 방치했고, 나중에 전두환 정권을 승인, 지지한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과 지식층은 마치 4.19혁명을 몰아낸 5.16쿠데타를 환영하듯, 1980년 5월 민주화의 봄을 환란으로 매도하고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쥔 전두환을 용비어천가로 찬양해 됐다. 이들에게서 아무런 희망과 미래를 발견하지 못한 젊은 학생들은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되기도 했다. 1902년 러시아혁명 지도자 레닌이 쓴 유명한 논문 중 하나가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is to be done?>이다. 러시아말로 ‘시토젤라치’라고 한다.” -본문 중에서

하지만 역사는 공산주의 시대의 막을 내리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1989년 동구권이 무너지고, 1990년에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의 열풍으로 소비에트연방공화국도 해체됐다.

저자는 당시 1991년 10월 동구권을 돌아보고, 마르크스와 레닌 동상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살펴보았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를 들러 모스크바에서 레닌그라드를 거쳐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 둘러봤다. 그동안 레닌의 성이라는 레닌그라드가 페테르부르크(표트르 대제의 성)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그럼 그는 사회주의 몰락현실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나는 인간의 이윤동기, 이기심이 생산력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전폭 인정한다. 하지만 단지 그 것뿐만 아니라 인간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삶이 있는가하면, 이윤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민, 동정, 애국심, 사랑 등의 힘으로 자신을 내던지고 그 속에서 존재의 행복을 느끼는 삶도 있다. 이론의 도그마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실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이 중요하다. 정부나 당이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시장, 즉 자유로운 경쟁, 선택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뿐 만 아니라 공정한 규칙이 세워져야 한다. 경쟁결과에 대한 분배의 정의가 있어야하고, 사회적 부가가치 생산에 기여한 만큼 그 몫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한 분배를 전제로 시장실패자들을 위한 배려와 함께 연대차원에서 세금의 적정한 분담이 필요하다. 이익의 공정한 분배와 공동체 유지를 위한 부담의 합리적 분배는 공산주의, 자본주의를 막론하고 바로 세우지 않으면 그 사회가 발전해가기 어렵다.” - 본문 중에서

아울러 그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공동체를 실현시키고 내수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서 한반도는 그저 고립된 섬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북한은 미국의 서부처럼 예비의 땅이다. 이것을 뚫으면 대륙까지 연결되어 새로운 동북아의 강국으로 뛰어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본문 중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틀 안에서 성장과 분배, 양극화 해소에 대해 논쟁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도 했다. 세계 속에서 한국경제의 위상을 바라보고 성장전략을 짜야한다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높은 교육열과 도전정신, 그리고 개방을 통해 성공의 길을 걸어 왔다. 개방은 새로운 기회이다. 일본보다 늦은 구미국가와 통상협정을 체결해 또 다른 을사조약을 맺는 수모를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전함으로써 선진 통상국가로 국제 경쟁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선진국 문턱을 뛰어넘는 신화창조에 나서자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심한 양극화와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에 따라 사회이동성이 떨어지고, 부가 대물림되면서 카스트 제도처럼 계급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창조적 능력, 새로운 기술 창조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제도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초중고 무상교육에 대학교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로 가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도 했다.

저자의 마지막 결론은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그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한정된 재원과 시간을 공동체 유지 발전에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에 집중, 배분하는 프로세스가 ‘정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지역과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분열과 실패의 벽을 통합과 승리의 문으로 ▲분단과 양극화의 벽을 통일과 상생의 문으로 등 3부로 구성됐다.

저자 송영길은 4선 의원이다. 전남 고흥출신으로 광주 대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직선 총학생회장이었던 그는 85년 민주화운동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인천에서 용접공, 택시기사 등 7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프랑스 최고 훈장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장을 받았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과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저자는 인천 출신 죽산 조봉암 선생의 업적 조명에 힘썼고, 현재 전남 고흥 출신 독립운동가이면서 정치인인 월파 서민호 선생의 삶에 대한 조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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