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의 핵심을 협업에 둔 사업가들의 모임이 떴다

[뉴스엔뷰 이유정 기자] 다른 회사와 어떤 협업을 한다면, 자신의 회사에도 좋은 영향이 생길까요.”

뉴스엔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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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가 이 질문을 던지자 잔잔한 분위기에서 여러 원탁에 앉은 청년 기업가들이 왕성하게 대화를 나눈다. 46일 토요일, 여유로운 오후에 성수동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지하층 체인지메이커즈에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기업가들의 협업으로 창업 후 생존과 성장을 돕는 모비랩에서 만든 행사다. 모비랩은 모자이크 비즈니스 랩의 약자로, 2016년 말부터 시작된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공동작업을 뜻하는 모자이크를 통해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실패율을 줄이는 육성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30여 곳 이상의 다양한 분야 작은 기업 대표들과 사회혁신가들이 협업하여, 현장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돕는 민간 자생의 장기 프로젝트다.

특히 이들은 후배들의 양성과 보육과정에서 소액의 돈을 모아 모비펀딩이라고 부르는 기금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먼저 20186월부터 7개월간 모은 자금으로, 협업을 뜻하는 모자이크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동료와 후배 기업가들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지난 226일에 홍제동 무중력지대에서 펼친 <모비어워즈>는 제목 그대로 현장에서 협업가로 활약하여 성과를 낸 동료에게 명예와 상금을 수여했다. 이번 46일의 <모비프라이즈> 행사는 유망한 협업형 기업가를 가려내어 상금을 주었다.

모비랩 교육과정에서 기업가들이 모은 돈으로 모비펀딩을 진행하고, 그 후에 다양한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에게 상금을 지원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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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고 실패율을 줄인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창업가들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창업 지원의 수를 늘였지만 막상 창업 후 적절한 지지를 받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따라서 기업가들 사이에 연대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창업한 청년들 사이에 자주적이고 자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이번 행사를 만들고 사회자로서 재능기부를 한 소셜다이닝 기업 나인로드의 황윤호 대표는 공공지원이나 투자를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금을 쓸 기회가 없다고 청년기업가들의 상황을 대변한다. 정산할 필요가 없는 지원금을 주어, 원하는 혁신적인 실험이나 창의적인 도전을 하도록 도와주게 되었다고 행사 배경을 말한다.

행사를 만드는 방식 역시 협업가들 답게 모자이크의 원리를 지킨다. 예술수색단의 정현식 대표가 디자인을, 반짝반짝사진방의 최영교 대표가 사진기록을, 어반정글 이상민 대표가 등록과 접수를 맡는 등, 바쁜 회사 일 사이에 준비할 것을 나누고 현장 운영을 나누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녁시간을 할애해 함께 만나고, 자신들부터 제대로 협업의 약속을 지키는 전통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기업가들의 소액펀딩으로 현장의 후배들에게 상금을 지원한다

 

행사 개최와 홍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 사단법인 점프의 이의헌 대표는, 지혜로운 기업가라면 동료들과 함께 모여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여야 한다며,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 다른 동료기업들과 자연스럽게 협업을 나누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모비랩 멘토로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오진이 전문위원은 좋은 뜻으로 만든 모임에는 점차 좋은 사람들이 와서 만나게 된다면서, 앞으로 행사가 기대된다고 평했다.

협업가를 기르기 위해 100만원을 후원한 울산의 ()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이철호 대표는 창업 후 사업가들이 현장에서 너무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있어야 한다. 모비랩에서 기업가들 간에 서로 의지하면서 이런 사업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성취감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학생들이 음악동아리를 잘 하도록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가 ()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의 협업가 상을 받게 된 서울전자고등학교 이주연 교사의 소감은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다.

청소년 제자들이 정말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사회교사로서 애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서 일을 해나가는 것은 힘들어요. 협업가를 키운다는 말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마음으로 여기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물섬을 만난 기분입니다. 여러 회사의 능력 있는 대표들을 만나 앞으로 제자들이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갖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저 역시 교사로서 제가 잘 하는 것을 나누어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임의 인연을 맺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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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가를 길러내는 상설과정이 열린다

 

이날, 건물공사를 비롯한 모든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는 옥탑방 반지하 유휴공간을 여럿이 공유해서 활용하는 협업으로 상을 탔다. 또 청년농부들이 살 집을 짓고 함께 촌락을 만들어나가려는 팜프라의 양애진 님이 역시 상을 거머쥐었다.

이 행사에서 수상한 사람은 몇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상금은 정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으나, 기업가로서 돈을 쓰면서 자신을 성장시킨 경험을 다시 이곳에 와서 나누어주어야 한다. 다음 번 상금을 받도록 선발된 동료에게 직접 수상하는 날에 말이다. 그 후에는 그와 짝이 되어 서로 응원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사회적 기업가로서 혹은 혁신가나 협업가로서 스스로 발견하고 몸소 얻은 내용을 발표하는 강연기회를 얻게 된다. 다음 행사에 나타나 기업가의 경험을 공유하는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모비랩은 그간 해온 수상식과 상금 경연대회 외에도, 협업구상 공모전, 협업 해커톤, 협업가를 위한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등을 함께 만들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5월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안녕다방에 가면 모비랩 상설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참여자는 협업가를 기르는 모금에 참여하는 소액 기부금을 내야하며, 혁신가와 기업가들 사이의 상부(相扶)와 상보(相補)를 돕는 다양한 모임에도 참여할 기회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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