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최구식 전 의원에 대한 삭발에 대한 비아냥의 기억

[뉴스엔뷰 도형래 기자] 30일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돌연 삭발을 했다.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삭발을 하는 사진과 함께 비장함이 드러나는 문구를 올렸다. 

"근조! 20대 국회는 죽었다. 부활을 외치는 저항. 저항의 물방울이 바다를 이루기를 소망하며..." 

마치 8~90년대 대학 운동권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다. 정치적 슬로건이지만 감성에 호소하며 내용도 '저항의 물방울이 바다를 이루기를 소망(한다)'는 표현은 매우 진보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저항의 물방울'이라는 표현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피해의 상징으로 알려진 '미야모리소학교 미군 제트기 추락사건'을 연극으로 만든 "후꾸기의 물방울 フクギの 雩"을 떠올리게 한다. 

과기방통위 자유한국당 간사로 지상파방송사 여권 이사 선임과 방송사 사장 해임에 항의하며 전직 기자 출신답지 않은 말투로 방송통신위원장을 윽박지르던 모습을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의 저항적인 이미지는 매우 낯설다. 

삭발을 알리는 박대출 의원 페이스북 (관렪화면 캡처)
삭발을 알리는 박대출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대출 의원의 평소 발언을 보면 (전직 언론인 임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특유의 '과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국정감사장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진짜 '어처구니와 맷돌'을 들고 나오는 무리수를 둔 적도 있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2012년 당선돼 초선 의원이 됐다. 당시 박대출 의원은 박근혜 키드 가운데 한명으로 최측근임을 자랑스레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에도 구속된 원조 친박 최경환 전 의원과 민경욱 의원 등과 박 전 대통령 집 앞을 지켰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의 2012년 총선 당시의 일이다. 박근혜 키드로 새누리당 후보가 된 박대출 의원은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갈아탔다 공천에서 배재돼 무소속으로 나온 최구식 전 의원과 맞붙었다. 최구식 전 의원과 박대출 의원은 진주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이다. 

당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LH의 전주혁신도시 이전 발언으로 진주 지역 총선이 달아올랐다. 이 때 최구식 전 의원은 한명숙 대표 발언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을 하며 LH 진주 사수의 의지를 불태웠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박대출 의원은 고등학교 1년 선배 최구식 전 의원의 삭발을 향해 "퍼포먼스"라며 혹평했다. 

삭발하는 최구식 전 의원 / 사진 = 뉴시스
삭발하는 최구식 전 의원 / 사진 = 뉴시스

박대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무소속 최구식 후보가 눈물을 흘리고 삭발까지 하면서 LH를 사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 뜻은 가상하나 의지만으로 LH를 지켜낼 수 없는 것이 정치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또 박대출 의원은 "거대야당의 공세에 맞서 진주LH를 지켜내는 일은 집권 여당 새누리당 박대출만이 할 수 있다"면서 "LH를 빼앗아가기 위한 법 개정 시도 저지, 예산확보, 모두 힘 있는 집권 여당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의 "퍼포먼스" 비아냥에 최구식 전 의원은 "진주를 위해, 진주 발전을 위해 반드시 LH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표한 것을 두고 그렇게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 진주를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세월이 흘러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돼 감옥에 있고 당시 여당은 야당이 됐다. 박근혜 키드로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정책을 자신하며 무소속 후보의 삭발에 비아냥 대던 박대출 의원은 비장한 말을 남기며 삭발했다. 

박대출 의원이 삭발하며 외치는 "저항의 물방물"이라는 표현에 2012년 박대출 의원이 말했던 "퍼포먼스"가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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