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도형래 기자]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가 ‘흰 장미’를 들고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성토했다.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흰 장미를 본 여성단체들은 자유한국당에 뿔이 났다. 흰 장미는 성적 차별과 폭력에 대한 저항을 뜻하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25일 뿔난 여성단체들이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문제를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여성단체들 “성폭력마저 정쟁에...여성을 당리당략의 소모품으로 일삼아”

38개 여성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투운동의 상징인 하얀 장미를 사용하며 집단 행동에 들어선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지금까지 성적 착취와 그에 대한 조직적 은폐로 침묵에 갇혔던 여성들의 용기로 주도된 미투운동의 정신과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또 여성단체들은 "여성운동이 수십 년의 역사에서 싸워온 성폭력 운동을 희화하며 정쟁의 도구로 폄하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적"이라며 "성추행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여성을 당리당략의 소모품으로 일삼는 자유한국당에 일조하는 여성위원회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아무리 당리당략에 죽고 사는 국회지만 여성 성폭력마져 정쟁을 위해 사용하는 게 싫은 모양새다. 물론 여성단체들은 자유한국당만을 비판하지 않았다. 이들은 문희상 의장을 향해서도 "물론 문희상 국회의장의 행동은 모욕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처였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국회의장은 본인의 언행에 대한 심각한 자기 반성과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마땅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 여성당직자, 여성보좌진들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백장미를 들고 문희상 의장의 성추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 여성당직자, 여성보좌진들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백장미를 들고 문희상 의장의 성추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좌파 성추문에는 묵비권...내로남불 여성단체”

자유한국당은 여성단체들의 성명에 막말수준의 비난을 쏟아내며 반발했다. 바로 '문희상 성폭력 프레임'이 무너지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여성단체가 여성의 이름을 앞세워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추태를 감싸고 도는 희대의 막장 성명을 냈다"고 비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특히 한국여성의전화는 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단체"라며 "일전부터 좌파 진영의 성추문과 성비위 사건들에는 입을 닫고 때아닌 묵비권을 시전하던 '내로남불' 자칭 여성단체들이 이제는 부끄러운 침묵을 넘어서 성추행자를 적극 옹호하고 여성을 폄하하는데 앞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전희경 대변인은 "여성의 이름을 앞세워 여성을 모욕하는 단체들은 오늘부터 단체명에 '여성'을 사용 할 자격이 없다"며 "친문단체 친여단체로 이름을 바꾸길 바란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문희상 성폭력 프레임'은 여성단체 성명 이후에 더 이상 언론에서도 받지 않고, 심지어 자유한국당 안에서도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물론 문희상 의장의 건강의 악화도 더 이상 해당 프레임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무엇보다 당시 공개된 영상이나 의장실 측 해명에서 임이자 의원이 주도해 '여성의원들이 막아야 한다'고 소리치며 의장을 막아선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국면에서 전희경 대변인의 여성단체를 싸잡아 ‘친문단체’라고 지칭한 일은 과해 보인다. 자신들의 당직자나 의원 가운데 여성단체와 연관이 있는 이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만 해봐도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원들이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세계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하며 전 대변인이 ‘친문단체’라고 부른 이들과 ‘여성참여 50%’라는 스카프를 들고 즐겁게 사진도 찍고, 구호도 외치고 그랬다. 

.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등 참석자들이 '여성 참여 50%'라고 쓴 스카프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등 참석자들이 '여성 참여 50%'라고 쓴 스카프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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