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지정환 신부 생전 발언 "20대 였으면 아프리카 봉사했을 것"
고 지정환 신부 생전 발언 "20대 였으면 아프리카 봉사했을 것"
  • 김철관 대기자 newsnv@abckr.net
  • 승인 2019.04.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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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주 중앙성당 장례미사

[뉴스엔뷰] 치즈와 장애인의 삶의 신화, 고 지정환 신부가 전주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에서 영면했다.

지난 13일 오전 향년 88세를 일기로 선종한 고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주민, 신도 등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6일 오전 10시 전주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천주고 전주교구장인 김선태 주교는 미사를 통해 “고인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으로 살면서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사랑으로 돌봤던 참 목자였다”며 “우리도 지 신부를 본받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아가자”고 밝혔다.

장례미사
장례미사

고 지 신부는 임실치즈 성공의 산증인, 장애인 삶의 용기 제공,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항거 등의 업적이 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지난 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나고, 59년 12월 피폐해진 한국 땅을 밟았다. 본명은 디디에 세르테벤스(Didier t’Serstevens) 신부이다.

사제의 신분으로 한국에 온 고인은 첫 부임지인 전북 부안에서 농민들과 함께 30만의 땅을 개간했고, 임실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산양을 키우고, 이를 통해 한국에서 최초로 치즈를 생산하며 지역주민들의 삶을 개선했다.

척박한 한국 생활에서 여러 번의 병을 앓아 한국과 고국인 벨기에 가 치료를 받았고, 특히 다발성신경경화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장애인으로서 삶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장애인 공동체인 ‘무지개 가족’의 지도신부가 돼 장애인들에게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혼신을 쏟았다.

공로를 인정해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임실치즈 협동조합 등과 관련한 이익금을 합쳐 ‘무지개 장학재단’을 설립해,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 환경에 처해 있는 장애인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영정
전주 중앙성당

지난 2014년 박선영 명인문화사 대표가 쓴 <지정환 신부-임실치즈와 무지개 가족의 신화>(2014년 11월 28일, 명인문화사)는 고 지정환 신부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할까한다.

“내개 만약 지금 다시 사제서품을 받던 20대로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로 가고 싶습니다. 내가 한국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아프리카보다 한국이 더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선택했지요. 그러나 지금 한국은 발전했고, 아프리카는 그때보다 훨씬 가난해졌습니다. 한국이 이처럼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교육이었듯 이번에는 아프리카로 가서 그들의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고인은 1964년 전북 임실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1967년 한국 최초의 치즈공장을 세웠다. 1984년에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인 무지개 가족을 설립했다. 2016년에는 한국 국적을 얻었다. 선종 후인 지난 15일 국내 치즈 산업 발전의 공적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 지정환 신부 영정
고 지정환 신부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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