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이준호 기자] “나의 생은 헛돈 게 아닌가 하니,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그 빚을 갚고자 한다. 지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온 힘을 다함으로써, 그간의 공부를 ‘심경心經’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아,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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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다. ‘심경心經’은 이름 그대로 ‘마음’에 대해 다룬 유교 경전이다. 편찬자는 중국 송 시대 학자인 진덕수로, 사서삼경을 비롯해 동양 고전들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정수를 엄선해 엮은 다음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방대한 학문체계를 정리하며 ‘심경’을 공부의 마지막 경지로 여겼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귀양살이를 하던 정약용도 그랬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때가 있었던 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화가 자신을 집어삼키려 할 때, 정약용은 끝내 삼켜야 했던 말들 사이에서 맴도는 마음을 다스리고자 오직 자신만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산학으로 불리는 거대한 학문의 탑 꼭대기에서 그는 마지막 주제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처음에 다잡고자 했던 마음이었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심경’은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선비들이 하나같이 마지막 목표이자 필독서로 삼았던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반면 오늘날 다른 동양 고전들에 비해 ‘심경’은 잊힌 책으로 분류된다.

한 일례로 일제강점기 당시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독립 운동가들이 국내에 ‘심경’을 주문하면 ‘반야심경’이 배송되어 난감해 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제 강점기 시대, 한국전쟁, 민주화, 외환위기 등 숨 가쁜 역사를 겪은 한국인들은 마음을 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때문에 냉소적인 현실에서 ‘심경’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더 좋은 삶을 위해 그간 살기 위해 버렸던 마음을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

‘심경’의 첫 구절은 “인간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한다”다. 청림출판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가 격이 다른 마음공부의 고전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서평을 통해 밝혔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 청림출판 / 조윤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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