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김경호 기자]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국정조사 범위는 20151월 이후 발생한 채용비리 의혹으로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등이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에 앞서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 역시 채용비리였다.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된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은 물론 은행, 대학 등 전 사회에 만연된 채용비리 역풍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얼어붙은 취업전선커지는 박탈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취업자는 2705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000명 증가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추석 연휴로 인해 일부 업종에서 나타난 명절효과와 여름동안 이어지던 폭염이 그친 데 따른 계절효과로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1334000명에서 2104000명으로 대폭 줄었고 5월에는 10만명 선을 유지하다 다시 72000명으로 감소한 뒤 7월과 8월에는 각각 5000명과 3000명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실업자 수는 1024000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92000명 늘어 9개월째 100만명 대를 유지했다.

실업률도 3.6%1년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며 200593.6% 수준으로 회귀했다.

3분기 청년(15~29)실업률도 9.4%로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19991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 고용지표 역시 악화돼 30(30~39)실업률은 3.6%19994.9%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40(40~49)실업률도 2.6%로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1년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용감소로 매일매일이 힘겨운 요즘 청년들이 선망하는 공공기관에서 촉발된 작금의 채용비리 의혹은 박탈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들만의 세상고용세습의 진실

 

지난 16일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시 지하철(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 중 기존 직원들의 자녀, 배우자를 비롯한 친인척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교통공사가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의 직원 중 8.4%108명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재직자의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형제·남매가 22, 315, 배우자 12, 412명이었으며 부모 6, 형수·제수·매부 등 2촌도 6, 52, 며느리 1, 61명도 있었다.

공기업의 직원 친인척 채용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전KPS5년간 직원들의 친인척 40명을 채용했고 올해에도 직원들의 자녀 11명이 기간제 근무자로 입사해 무기계약직으로,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5월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협력업체 공항 업무 책임자가 조카 4명을 협력업체에 채용하는 등 협력업체 6곳에서 14건의 친인척 채용 사례가 밝혀졌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 8월 비정규직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했으나 임·직원의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 4촌 등 25명이 대상자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채용비리에 성역은 없다

 

지난 23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과학기술대 교직원 A씨의 딸 3명이 서류 전형 점수가 낮았는데 면접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고 학교 관련기관에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A씨의 차녀는 채용 당시 지원자 3명 중 1차 서류전형에서 가장 낮은 점수인 15.1점을 받았다. 그러나 2차 면접에서 지원자 중 가장 높은 점수인 47점을 받아 종합점수에서 1.1점차로 합격했다.

A씨의 장녀는 차녀의 채용에 앞서 서류 점수 하위권 점수를 받고도 면접에서 94.7점을 받아 산학협력단 행정직원으로 채용됐다. 당시 서류전형에는 영어점수 항목이 신설돼 A씨의 장녀가 가산점 10점을 받았다. A씨의 장녀가 채용된 이후인 올해부터는 해당 규정이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셋째 딸도 해당 대학 산학협력단에 단기 계약직으로 6번이나 비공개 채용됐다.

서울과기대는 앞서 교수 아들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날 김 의원은 서울과기대 교수 B씨가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매 학기 2과목씩 자신의 수업을 들은 아들에게 A+를 줬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마사회는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비리를 저질렀다.

지난 28일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해 11일 자로 5518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 중 5496(99.6%)은 마사회 운영 렛츠런파크(경마공원)에서 마권 교환발매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 재직자 친인척 규모는 98명에 달했는데 이들이 선발과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우대를 받았을 거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경마공원 아르바이트의 경우 높은 급여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꿀 알바라고도 불렸다.

꿀 알바에 뽑힌 이들은 정규직 전환으로 정년 보장,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등 복지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됐다.

 

채용비리, 왜 문제인가?

 

채용비리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업을 포함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상대적 약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공기업의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감이 있는 만큼 규제나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물론 직원들의 친인척이 채용될 수도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등 채용에 임·직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애초에 임·직원 친인척에 대한 일정 비율 이하 채용 등 마땅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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