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이현진 기자] 故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출간됐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만 25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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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가 최후의 시간까지 붙들었을 '제0호'의 소설적 시공간은 1992년 밀라노의 한 신문사 회의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유력인 글을 대필하며 생을 이어오는 50세 남성 콜론나가 주인공이다.

주필 시메이의 권유로 스타트업 미디어 '도마니'의 창간 멤버로 합류한 콜론나는 창간 예비판을 뜻하는 ‘제0호(Numero Zero)’ 제작을 지시받는다. 그러나 시메이와 콤멘다토레는 신문 창간 의사가 없다. 그저 정치인의 추문을 들추고 사회지도층 비리를 왜곡하는 ‘가짜 특종’을 예비판에 실어 정경유착의 성역으로 진입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동료 기자의 특종기사를 둘러싸고 콜론나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소설 중반부터 이야기는 폭발한다. 주필 시메이가 콜론나에게 넌지시 내뱉은 다음의 한마디는 섬뜩하고도 명징한 황색 저널리즘의 민낯을 느리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정의한다.

1945년 무솔리니가 빨치산에게 살해된 게 아니라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음모론이 ‘제0호’를 관통하는 특종의 주 내용이다. 콜론나의 동료 기자는 음모론 폭로를 저울질하다 피살된다.

이 양장본엔 앞모습뿐 아니라 뒷모습과 옆모습까지도 세상의 정면이란 사실을 직시하라는 에코의 유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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