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전승수 기자]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용감소로 매일이 힘겨운 요즘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의 채용 비리 의혹 부상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선망하는 청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채용 비리 소식은 박탈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8 정보보호 취업박람회 채용공고 게시판(사진=뉴시스)
2018 정보보호 취업박람회 채용공고 게시판(사진=뉴시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취업자는 2705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000명이 증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추석 연휴로 인해 일부 업종에서 나타난 명절효과와 여름동안 이어지던 폭염이 그친데 따른 계절효과로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1334000명에서 2104000명으로 대폭 줄었으며, 5월에는 10만 선을 유지하다 72000명으로 감소, 7월과 8월에는 각각 5000명과 3000명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실업자 수는 1024000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92000명이 늘어 9개월째 100만명대를 유지했다. 실업률도 3.6%1년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며 200593.6% 수준으로 회귀했다.

3분기 청년(15~29)실업률도 9.4%로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19991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 고용지표도 악화돼 30(30~39)실업률도 3.6%19994.9%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40(40~49)실업률도 2.6%로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1년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채용과정에 직원들의 친인척들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리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공기업과 공공기관 전반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앞서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시 지하철(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 중 기존 직원들의 자녀, 배우자를 비롯한 친인척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을 지적, 이를 발단으로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됐다.

교통공사가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의 교통공사 직원 중 8.4%108명이 이에 해당하며, 기존 재직자의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형제·남매가 22, 315, 배우자12, 412명이었으며, 부모 6, 형수·제수·매부 등 2촌도 6, 52, 며느리 1, 61명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용태의원은 노조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정보를 미리 알고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사가 쉬운 무기계약직 입사를 권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5월 스크린도어 보수 중 사망한 김모군을 추모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사진=뉴시스)
2016년 5월 스크린도어 보수 중 사망한 김모군을 추모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사진=뉴시스)

여기에 20165월 서울지하철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김모(19)군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하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 채용하던 당시, 노조가 개입해 안전관리와 무관한 식당, 매점, 목욕탕 등 근무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또 교통공사 직원들 간의 친인척 관계에 대한 서울시의 전수조사 과정에서 노조가 개입, 15000명이 넘는 직원들 중 11.2%에 해당하는 1680명만이 조사에 응하도록 했다며, 전체 직원으로 확대할 경우 1080여명이 친인척 관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99.8%의 직원들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직원 17084명 중 11.2%에 해당하는 1912명이 친인척관계라는 사실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부정행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채 18000명에 미치지 못하는 전체 직원들 중 2000여명이 친인척관계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기업의 직원 친인척 채용 사례는 더 있다. 한전KPS5년간 직원들의 친인척 4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도 직원들의 자녀 11명이 기간제 근무자로 입사해 무기계약직으로,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5월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협력업체 공항 업무 책임자가 조카 4명을 협력업체에 채용하는 등 협력업체 6곳에서 14건의 친인척 채용 사례가 밝혀졌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 8월 비정규직원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했으나, ·직원의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 4촌 등 25명이 대상자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이외에도 여러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의혹에 휘말렸으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업을 포함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상대적 약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공기업의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감이 있는 만큼 규제나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물론 직원들의 친인척이 채용될 수도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등 채용에 임·직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애초에 임·직원 친인척에 대한 일정 비율 이하 채용 등 마땅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사람들에게 현재 비춰지는 모습은 전형적인 공기업일 뿐이며, 의혹을 명확히 풀지 못하는 해명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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