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DUR 외면 사례 증가...제재방안 없어
[뉴스엔뷰 전승수 기자] 의약품 오·남용과 위해의약품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의료서비스를 향상하고자 의약품안전관리사용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가 도입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의료현장에서의 처방·조제 강행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방지책이나 처벌 규정도 존재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일선 병원·약국 등 의료서비스 업체의 DUR시스템을 외면한 의약품 처방·제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DUR시스템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고자 의약품 처방·조제 시 환자의 투약 이력 등을 조회해 의약품 간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거나 노약자 또는 임산부의 사용 시 경고 등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60년대 개념이 도입돼 1980년대 정착하기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병용·연령금기 고시로 시작, 2010년 12월 정식 도입됐으며, 현재 의료법·약사법 개정에 따라 의료기관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DUR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등 알림을 무시한 의료현장에서의 처방·조제 강행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맹 의원에 따르면 동일 처방전 내 금기 알림에 대한 미변경률은 2013년 65.8%에서 2014년 74.4%, 2015년 80.3%, 2016년 79.8%, 2017년 81.6%로 크게 증가했다. 처방전 간 금기 알림에 대한 미변경률도 2013년 84.3%, 2014년 86.7%, 2015년 87%, 2016년 86.7%, 2017년 88%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한 마약류 의약품의 경우 동일 성분 중복 처방 경고에도 불구하고 처방·조제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마약 11만6000여건의 DUR시스템 경고에도 10만3000여건이 변경되지 않아 89% 가량의 미변경률을 보였고, 향정신성의약품도 214만2000여건 중 약 90%인 192만3000여건이 처방을 바꾸지 않았으며, 그 외의 마약류 의약품도 6043만3000여건 중 무려 5568만8000여건으로 미변경률이 92%에 달했다.
2017년에도 마약 16만1000여건 중 90%인 14만5000여건, 향정신성의약품 251만6000여건 중 92%인 231만6000여건, 그 외 약품도 7340만2000여건 중 93%인 6816만5000여건을 보이는 등 최근 5년간 90% 이상의 높은 미변경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은 처방 미변경 사유를 기재하여 회신하도록 하고 있으나, ‘1111’, ‘1234’, ‘ㅎㅎ’, ‘ㅠㅠ’ 등 무의미한 내용을 회신하는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심평원은 이 같은 사유를 회신하는 의료기관·약국에 대해 분기별로 주의 안내를 통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통보건수도 2016년 5025건에서 2017년 957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7월 발생한 ‘발사르탄’ 처방건으로 현행 DUR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7일 중국산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간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발견돼 판매·유통을 금지했으며, 심평원 또한 이를 DUR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 사용 중지 의약품 지정 사실을 경고하도록 조치했음에도 일선 의료기관 59곳이 해당 약 141건을 처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해당 환자들에게 처방된 문제의 약품은 안전한 약품으로 교환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애초 해당 의료기관의 DUR시스템 데이터베이스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데이터베이스의 동기화가 이루어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최신 버전 업데이트 및 안전성 서한 등 긴급한 사안 알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조치도 업데이트 강제 적용이 아닌 권고사항에 그치는 수준이 될 수 있어, 일선 실무자들의 외면이나 망각 등으로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1년여 전 처방 미변경 사유에 이러한 무의미한 내용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차단조치를 취했다”며 “DUR DB업데이트는 강제되지 않고 있으며, 아직 경고를 무시한 처방 및 조제에 대한 법적 처벌 규정도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