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김소윤 기자] 구두 업체 탠디가 부당한 처우와 열악한 근로 환경을 고발하며 한 달 넘게 파업하던 제화공들과 지난 5월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인상된 공임비가 부족해보인다는 지적 등 논란의 여지가 남았다.  

지난 5월 11일 새벽 탠디 정기수 회장은 제화공들과 마라톤 교섭을 벌이다 극적 합의를 봤다. 이후 제화공들은 파업 농성을 끝내고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당초 40여 명의 탠디 제화공들은 공임 2000원 인상, 특수공임 지급, 직접 고용 등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합의서에는 납품가 공임 단가를 저부(신발 밑창)와 갑피(신발 윗부분) 각각 1300원 인상 및 특수공임 지급 일감 차별 금지, 탠디 노조‧하청업체와 근로조건, 일감의 양, 공임 단가, 사업자등록증 폐지 등을 결정하는 협의회를 상‧하반기 각각 1회 이상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달 넘게 부당한 처우와 근로환경을 고발하며 파업을 벌여온 제화공들에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던 정 회장이 이 같이 합의에 나선데에는 이미지 악화와 매출 타격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쥐꼬리만한 인상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4대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고 연차도 사용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는 제화공들의 직접고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탠디는 앞서 1~3차 협상에서 제화공들에게 1차 500원, 2차 650원~700원, 3차 1250원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제화공들은 "공임이 동결된 지난 8년 동안 해마다 200원 씩만 올려줬어도 1600원"이라며 2000원 인상안을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제화공들이 당초 고수해온 인상안 2000원에서 700원 낮춘 1300원에 합의한 것은 대부분이 고령이면서 직업병까지 더해져 점거가 장기화될수록 건강이 악화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탠디는 정기수 회장이 53%, 장남 인원 씨가 37%, 정 회장 부인 박숙자 씨가 10% 지분을 가지고 있어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탠디는 영업이익이 2007년 27억7000만 원에서 지난해 69억4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어 올랐다. 제화공 공임이 동결된 8년 간 정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무려 12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알려졌다.

향후 지켜봐야할 문제가 또 있다. 제화공들에 따르면 탠디는 작업 실수로 인한 불량품이 발생할 시 판매가격으로 공제하는 갑질을 일삼았다. 판매가 30만원 짜리 구두를 만들 때 작업 실수로 불량품이 되면 탠디가 제화공에 지급하는 급여에서 30만원을 공제하면서 구두도 주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검품을 하는 부서는 탠디 본사에도 있다. 그런데도 검품 책임을 제화공에게 떠넘긴 셈이다.

이처럼 해결해야할 문제가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탠디 측은 합의를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11일 탠디 측은 본지에 "제화공들과 합의가 다 끝났다"라면서도 직접고용 문제와 관련해선 "제화공들 사이에서도 직접고용에 대해선 각기 의견이 다르다. 회사도 직접고용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울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탠디 제화공 합의와 관련해 "당초 2000원을 요구했고 1600원까지 합의할 생각이었지만 1300원에 합의한 것"이라면서 "그래도 이전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1300원이 공임비 기준이 됐다. 다른 업체는 1300원 이상을 공임비로 적용한 곳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고용 문제가 합의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제화공들 입장에선 직접고용 되는 것이 더 낫겠지만 여러 가지 검토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