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한 평생을 해병대에게 헌신해 '해병 할머니'라고 불렸던 한 할머니가 최근 별세해 해병대 장병들이 슬픔에 빠졌다.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 할머니 고(故) 이선비씨(87)의 상여를 직접 매고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27일 “지난 22일 세상을 뜬 할머니는 서해 대청도뿐만 아니라 백령도에서 근무한 해병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며 “할머니는 1951년부터 지금까지 60여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한 해병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베풀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14살 때 대청도로 시집와 해병대가 그곳에 주둔하기 시작한 1951년부터 해병대와 함께 했다.


낮에는 엿장수와 고물장수를 하고 밤에는 삯바느질을 하며 어렵게 생활했던 할머니는 한 해병 군복 바느질을 해주면서 해병대와 인연을 맺었다.


그 때부터 할머니는 보이는 해병들마다 손수 밥을 지어 먹이고 찢어진 군복을 수선해줬다. 모든 부대원에게 직접 만든 속옷을 입히기도 했다.


해병 할머니가 대청도 해변의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때는 손자 같은 장병들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기도 했다.


부대 지휘관들은 실무 적응이 미숙한 해병들을 할머니에게 보내 고충 등 상담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1981년 할머니가 남편과 사별하게 되자 육지에 사는 아들이 함께 살자면서 대청도를 떠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해병대와 떨어져서는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며 대청도에 홀로 남았다.


할머니의 해병대 사랑에 영향을 받은 아들 김형진씨는 해병 546기로 군 복무를 마쳤다.


부대장으로부터 일반 병사에 이르기까지 전출이나 전역으로 대청도를 떠나게 되면 부대 신고를 마친 뒤 꼭 할머니집에 들러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해병대 장병들은 할머니의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낡은 집을 수리해주고 '해병 할머니 집'이라는 간판을 만들어 달아 주기도 했다.


세월이 갈수록 할머니의 기력은 약해졌지만 해병대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훈련이나 외출 등으로 집 앞을 지나가는 해병들이 눈에 띄면 급하게 달려나와 과자 하나라도 꼭 쥐어주며 격려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장병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할머니 집을 방문하고 집안청소, 땔감마련 등 일을 도왔다.


그러나 이같은 해병대 장병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할머니는 노환이 깊어져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 지난 22일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들은 해병대 장병 모두는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눈물지었다.


백령도 6여단에서 참모와 여단장 직책을 수행하며 해병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은 "해병 할머니가 베푼 사랑은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널리 전파돼 나눔과 섬김의 성숙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할머니는 “내가 죽거든 손자 같은 해병들의 손에 의해 묻히고 싶다”고 늘 말해왔다.


이에 따라 해병대 장병들은 지난 24일 직접 상여를 매고 눈물 속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해병대는 할머니가 해병대로부터 받은 기념품과 표창장, 장병들과 찍은 사진 등 유품을 여단 역사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할머니와 해병대 장병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파하고 장병들의 어른 공경에 대한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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