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유수 문학상을 두루 수상해온 김영찬이 세 번째 평론집 ‘문학이 하는 일’을 냈다. ‘비평의 우울’이후 7년 만이다.

사진 = 창비
사진 = 창비

‘문학이 하는 일’은 비평적 사유를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저자만의 독보적 비평 스타일을 통해 한국 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문학의 안과 밖을 둘러보고 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1부에선 한국 장편소설 현재를 짚어본다. 현 시기 비평의 문제와 현황을 점검하는 글들도 묶였다. ‘공감과 연대-21세기, 소설의 운명’에선 장편소설의 증대 속에 나타난 한국소설의 문제점을 짚는다.

2부에는 한국소설과 비평이 어떻게 존재해왔고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성찰하는 글들이 묶였다. 「문학연구의 우울」에서는 한국문학이 처한 현실,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와 맥락을 깊이 탐지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학연구의 현재적 좌표와 비전을 궁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학의 자율성을 절대화하면 이데올로기적 문학주의의 위험이 다가오고 문학의 자율성을 해체해 문학을 정치 속으로 해소하면 문학의 실천적 유용성조차 해체될 위험에 처하게 됨을 지적한다.

3부에 묶인 글들은 한국소설의 성과를 부지런히 따라간 글들이다. 「고통과 문학, 고통의 문학」에서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의 성과를 거론하고 그것을 가능케 한, 고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몸을 기울인 작가의 노력을 짚어낸다. 「‘시봉들’의 세계사: 이기호 소설의 내러티브/감성 정치」에서는 이기호 소설의 주인공을 가리키는 ‘시봉’이란 다름 아닌 실패의 이름으로, 이기호는 늘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거나 최선을 다해 실패하는 시봉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진실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던 주인공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살펴보는데, 최선을 다해 불가능의 가능을 상상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자의식적인 소설이라고 말한다. 「문학의 진실과 증언의 목소리」에서는 세월호 수색을 담당한 민간잠수사가 쓴 탄원서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김탁환의 『거짓말이다』가 ‘사실’의 문학적 가능성을 그 어떤 허구보다도 드라마틱하게 펼쳐놓고 있다고 평가한다.

4부에 함께 묶인 다양한 작품론 역시 한국소설의 성과를 부지런히 따라간 글들이다. 「불가능한 이야기의 가능성」에서는 유령과 괴물이 등장하고, 있을 법하지 않은 기이한 사건들이 나오는 임철우의 『황천기담』이 ‘소설’을 의식하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이야기’를 의식하는 ‘소설’임을 지적한다. 「소통과 관용의 시적 상상력」에서는 칭기즈칸이 칸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김형수 장편소설 『조드—가난한 성자들』에 대해 고립과 폐쇄의 경계에서 벗어나 멀고 큰 것을 사유하는 장편이라고 평가한다.

이 드라마가 과거를 실제 그대로 충실히 재현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으며, 오히려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과거는 탈현실의 세계로서 시청자는 그 세계로 도피해 놀면서 위로받는다고 지적한다.

평론집 체제의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말미에 ‘보유(補遺)’로 덧붙인 ‘인터뷰’에서는 저자가 평론에 입문하게 된 사연, 영향을 받은 평론가, 비평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회, 개인적 취향 등 보통의 평론집에서 보기 힘든 내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문학이 하는 일 / 창비 / 김영찬 지음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