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 9일 본지에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에 대한 의혹과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 “왜 의혹인 것인지 모르겠다. 설명을 해보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기자간담회(4일) 이후에도 옅어지지 않는 우려들에 대해 설명이나 경청 대신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이 같은 사측의 안일한 태도와 이번 기내식 사태 대란 발생 및 대응 과정 등의 미흡함이 연관 없어 보이지 않는다.

사진 = 아시아나항공
사진 = 아시아나항공

LSG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 투자하라는 요구 거절 뒤 계약이 틀어져”

앞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No Meal 상태로 이륙하거나 기내식을 싣지 못해 항공기가 지연 됨)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은 물론 승객을 대면하는 승무원들의 업무 피로도 증가, 기내식 공급 업체의 협력사 대표의 자살까지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3년부터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루프트한자 스카이셰프그룹(LSG)과 아시아나항공이 8:2 비율로 설립한 합작회사)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새롭게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을 담당하게 된 업체는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 게이트 고메 코리아(GGK)였다.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제공하기로 한 GGK는 아시아나항공과 6:4 비율로 합작 설립한 회사로 계약기간이 무려 30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LSG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5년 단위로 계약해 15년간 계약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새로 짓던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GGK 협력사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단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이한 점은 아시아나항공 하루 기내식 수요량은 약 3만식인 반면 샤프도앤코코리아는 하루 3000식 정도의 기내식 물량을 생산하던 업체다.

결국 기내식 대란 사태가 촉발됐고 박 회장은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과 관련해 “기존 업체가 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품질도 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LSG는 이에 대해 “박 회장이 정직하지 못하다. 원가나 품질 문제 때문에 공급업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품질은 여러 차례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 등급을 받았다”며 “박 회장이 대주주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뒤 계약이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LSG가 거부한 금호홀딩스의 1600억 규모 BW를 취득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을 담당하게 된 GGK의 모기업인 중국 하이난항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16년 3월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로부터 1600억원의 규모 BW를 매입하면서 금리 0% 만기 20년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를 두고 당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주주 지분을 되찾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을 시기라는 점에서 금호홀딩스의 1600억 필요 명분은 박 회장 경영권 확보와 연관된다고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사측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인데 왜 의혹인 것이냐?"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의 주장과 다른 LSG의 주장에 대해 “LSG의 주관적인 입장이다.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내식 업체 변경에 대한 의혹과 30년 장기계약이 20년간 무이자로 1600억 BW를 빌려준 것과 연관 되어있는 것 아닌지에 대한 의혹과 관련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로 답하며 “왜 의혹인지 모르겠다. 설명을 해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해당 답변이 사측의 공식 입장인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의엔 “아니다”라며 태세 전환을 했다. 이어 30년 장기계약과 관련해 확인 후 ‘팩트체크’를 해주겠다고 말했고 뒤이어 문자메시지를 통해 “30년 장기계약 관련 당사의 전략적 판단 하에 진행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팩트체크’라는 단어는 통상 여러 자료나 사례를 통한 비교와 각종 수치를 덧붙여 상세한 설명을 할 경우에 사용된다. 따라서 사측은 상식적인 ‘팩트체크’가 아닌 ‘포장용 멘트’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이난 그룹 왕젠 회장 돌연 사고사…아시아나항공 "회사 계약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언해 

한편 지난 4일 하이난 그룹 왕젠 회장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업체와 관련이 있는 회사 회장이 돌연 프랑스 출장 중 절벽에서 사진을 찍다 추락해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이 다음날(5일) 중국의 한 무역 전문가는 “왕 회장의 죽음이 하이난 그룹에 단기적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왕 회장은 하이난 그룹에서 실무 1인자로 통했으며 세계 각 기업 등을 사들이는데 약 4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인물. 이러한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기업의 구조조정과 동력 등이 약해지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 업계에 따르면 하이난 그룹의 부채는 900억 달러가 넘는다. 하이난 그룹은 또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억제, 부패척결 명목의 집중 관리 대상에 속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수는 아시아나항공측이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염두 해 두어야 할 요소로도 보인다. 그러나 사측은 해당 일과 관련해 ‘향후 기업에 미칠만한 리스크 분석, 대책 여부’에 대한 질의에 “왕젠 회장이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계약 관계와 관련해 개인과 개인이 아닌 회사와 회사의 계약이기 때문에 향후 계약에 문제를 끼친다는 우려는 안 한다”면서 “그렇게까지 ‘비약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사측은 기내식 대란 사태를 겪고도 일각의 우려에 대해 ‘비약’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 BW를 유치했다고 밝힌 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전날 기내식 업체 30년 장기 계약에 대한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에서 변동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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