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해 내부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특정 내용을 빼놓고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지난 4일 SBS가 보도한 관련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 리서치팀은 제일모직 소유의 에버랜드 땅값을 부풀렸다. 에버랜드 주변 땅값은 평당 154만원으로 산정해놓고 에버랜드 땅값은 근거 없이 주변 땅값보다 30% 높은 평당 200만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리조트, 골프장 등 40만 평의 경우 가치를 중복 계산했다.

리서치 팀은 또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해 제일모직 최대 주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근거 없이 올렸다. 실무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초 평가 금액을 4조 8000억원이라고 보고했으나 당시 리서치팀장이 가치를 키워보라는 압박을 실무진에게 가했다. 이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는 1차 평가 결과 대비 무려 3배 가까이 부풀려진 11조 6000억원이 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을 받아들이면 국민연금이 손실을 본다는 분석이 나온지 4시간 만에 2조 1000억원의 합병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도 만들었다. 해당 수치는 임의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전례가 없는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합병 비율 조작을 지시한 리서치팀장은 해당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두 차례나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간 보고서에 최종본 내용을 덮어쓰게 한 뒤 제목도 최종본과 똑같이 바꿔 중간 보고서들이 삭제됐고 최종본 파일만 남았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한 고위 인사는 특검 수사에 협조한 부하 직원들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의 배신자”라고 공격하며 따돌림을 조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난 3일 공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엔 삭제 방법, 삭제 의도가 모두 빠졌고 고위 인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조직의 배신자’라고 발언한 조사 내용 역시 없었다. 합병 보고서를 조작한 이에게 파면이 아닌 해임 조치를 취했다. 감사 결과 '해임 1명, 견책과 경고 2명'이라는 징계 요구를 한 것이다.

6일 국민연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3일 공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 해당 내용이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에 "합병 과정의 내부 업무 처리 지침 위반과 관련된 것을 요약공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 상태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국민연금은 1년 동안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청와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국민연금 측은 본지에 "현재 CIO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고만 답하며 CIO 공석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 등의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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