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대한항공 직원들은 반복해서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자발적 행동을 넘어서 이와 관련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조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라는 단체 카톡방까지 만들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기까지 했다.

대한한공 직원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어나니머스가면을 얼굴에 쓰고 거리 시위를 했다. ‘어나니머스가면 자체의 상징성도 물론 있거니와 이들은 상대적 약자로서 자신의 생명줄이 달린 퇴사 조치에 대한 방어막으로서 이런 가면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톡방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의견이 모아지는 결론은 조양호 일가 아웃이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총수 퇴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현실

무소불위의 재벌 총수가 퇴진 압박을 받는 것은 국내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국지적으로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맘에 안 들면 그냥 퇴사를 하든지, 부당한 분위기에서 퇴사를 당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일하는 직원으로서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것이 현 한국 사회의 현 주소였다.

집단 행동의 진정한 본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직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태의 진정한 본질은 예전과는 좀 다른 양상의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사회적 시선도 그렇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재벌 3세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사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가진 대한 한공의 전체 지분이라고 해 봐야 비율적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유세를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을 사유화하는 족벌경영과 황제경영은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있어왔다. 이런 가시적 현상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국 사회는 별로 볼 것 없는 유치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작금의 흐름이다.

직원들로서는 총수 일가의 잘못 때문에 굴지의 기업이 망가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3년쯤 전에 있었던 땅콩 회항의 예를 고려해 보자. 이건 철저히 갑질에서 출발한 사건이었다. 지금은 조 회장 직계 가족의 여러 불법행위 의혹에 까지 사회적 관심이 번져 간 상태다. 본질적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적 분노가 주는 용기

여기에 한 몫을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범국민적 국민 분노가 직원들을 행동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불매운동까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마당에 직원들로서는 이같은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거울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양호 회장을 믿지 않는다. 조현아·현민 자매가 경영 일선 뒤편으로 퇴진 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잠잠한 사회적 분위기만 허용되면 언제라도 리턴 될 수 있다.

실제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용해지자 경영에 복귀하는 일부터 감행 했다. ‘총수의 딸이라는 이유로 너무도 쉽게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피해자였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아직까지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만 불이익을 받는 이런 사회적 싸이클로는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경제계를 주무르고 있는 존재들이 그들 스스로를 초법적 존재라고 착각하는 한, 세상에서의 불공정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