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서울 강남의 핵심 상권의 한 곳이 바로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이 곳은 청담동 명품거리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상가 거리의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 가로수길을 안 가보면 서울을 본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이곳은 단순한 서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던 곳이다. 그런데 그랬던 이곳이 최근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장들이 몰려 드는 손님으로 북적 거렸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임대문의를 써 붙인 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지금 가로수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사실, 메인 거리의 비어있는 10개가 넘는 빈자리는 가장 선호도가 높다는 1층에 위치해 있다. 점포당 권리금은 4억원 가까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너무나 높은 임대료 때문인 것이다.

가로수길 가운데서도 가장 요충지는 이전 우리가 사용했던 단위인 당 월세가 많게는 1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유명 브랜드 체인점의 경우, 5층 미만의 건물 전층을 사용할 경우 월 임대료가 1억을 넘어서기도 한다. 10년 전 그곳 임대료가 평당 15만원 안팎이었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문제는, 임대료는 수직 상승했는데 매출액은 반토막이라는 데 있다.

외국계 브랜드가 올려놓은 이상한 길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10년 동안 임대료가 10배 이상이 올랐다면 그건 아무리 명품 거리라 해도 이상한 일 아닌가? 그 이상한 일 배후에는 외국계 브랜드 매장이 한 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예쁜 카페와 화랑, 개인 의상샵,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던 이곳의 상권은 지금 현재 대기업과 외국계 브랜드 매장이 경쟁하듯 입점해 있는 상태이다. 당연히 거리의 분위기는 10년 전과는 매우 다르다. 대기업 매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임대료의 1.5배를 상회하는 월 임대료 지불 방식으로 자리를 치고 들어왔으며 결국 이런 일이 악순환으로 반복 되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사실, 가로수길은 주차하기에 매우 불편한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는 특색 있는 예쁘고 규모 있는 작은 점포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명브랜드와 차량 판매소 등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줄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백화점 명품관을 노천에 깔아 놓은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이 현재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명품 거리의 몰락

주목할 만한 사실로, 청담동의 명품거리 역시 상권 조성이후 처음으로 공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나 선망의 대상이었던 거리에 임대문의공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에스까다, 메트로시티, 보기 밀라노, 제롬 드레이퓌스, 브룩스브라더스 등 명품 매장이 자리하고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주인 대신 공실표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 역시 임대료는 월단위 ’(3.3)100만원 이상이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감소를 시작으로 고객들이 감소하면서 청담동 명품 매장 중 수익을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백화점을 이용하면 무이자할부, 무료 발렛파킹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명품 거리에서 뭔가를 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바람 쏘이며 눈요기를 하는 곳은 청담동 거리이면서 실 소비는 백화점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이다.

사회적 노력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

이런 기형적인 상황은 단지 이 두 곳만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 한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장점과 폐해를 동시에 검토하는 능동적인 검토가 사회 속에 있지 않다면 제2, 3의 가로수길과 청담 명품거리는 또 양상 될 수 있다. 공실이 계속 많아지고 있는데도 버티기 식으로 임대료를 내릴 생각 하지 않는 건물주들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생각 있는 설득과 제도적 보완도 필요한 시점이다.

임대료 보증금을 탕진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자영업자이다. 애초에 권리금까지 지불하고 들어온 자영업자들은 메인상권의 몰락으로 단숨에 알거지상태가 된다. 음식점 등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들은 이로 인한 손해를 뼈를 깍는 심정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의 가치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동안 사회적 피로감은 말할 것도 없고 간접 자본의 누수와 맥없이 공중 분해되는 직접 가치는 역대 이래로 가장 불필요한 낭비를 만들어 낸다.

물론,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임대료 상승률을 5%로 낮추고, 임대 기간 내에 권리금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로수길에서 그러했듯 새 임차인이 임의로 높은 임대료를 정하고 들어오고 나면 상황은 임대료를 올리고 말고의 상황과는 다른 국면에 처하게 된다. 권리금의 보전도 임대기한 내에서만 적용되는 지금 상태로는 정작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해서, 이 제도의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여러면 무작용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 개인의 이익은 사회의 안녕을 바탕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아무리 시장 경제 체제 안에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 폭등은 분명 이상한상황이다. 사회 자체가 몰락하고 마비되기 전에 시스템 점검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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