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끔직한 일, 많은 사람이 모르면서 믿기 때문"

[뉴스엔뷰] “가짜뉴스는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끔직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모르면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에서 뉴스를 접한 사람들한테 그런 가짜뉴스를 분리해 낼 수 있는 비전을 교육시켜야 한다. 가짜뉴스는 밝혀질 때까지는 진짜뉴스인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후 만난 그래그 드 래고(Greg De Rego) 전 미국 ABC방송 보도국장이 밝힌 말이다. 그는 진짜뉴스인데도 가짜뉴스처럼 믿어지지 않은 뉴스의 예도 소개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맥 마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해임하고, 존 볼튼 전 유엔 대사를 임명했다. 그게 현실의 뉴스인데, 가짜뉴스 같아 믿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격자가 아닌 대북 강경파 존 볼튼 전 유엔대사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처럼 보였는데 진짜뉴스였다. 오늘의 현실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존 볼튼이 문 대통령의 평화 노력에 해악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래그 드 래고
그래그 드 래고

그래그 드 래고(Greg De Rego)씨는 35년 동안 미국 ABC방송 뉴스파트에서 Managing Editor& Executive Producer로 활동했고,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특히 1989년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샌프란시스코 지진, LA폭동, 하와이 화산 폭발 등을 취재한 인물이다. 1953년 샌프란시스코 출생해 이태리계가 운영하는 Conzaga 대학교에서 러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지난 28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4주전 미국에서 한국인 아내와 입국해 여러 도시들을 다녔다고도 했다.

먼저 한국에 온 이유를 물어 봤다.

“가끔 한국에 온다. 아무래도 부인이 한국 사람이니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이다. 과거 한국에 와 비무장지대, 제주도 들풀 축제, 삼성, KTX, 인천 송도 등을 다니며 촬영했고, ABC방송을 통해 송출했다. 하지만 취재를 했는데 방송을 하지 못한 딱 한 가지 아이템이 있다. 바로 팔만대장경이다. 2011년 당시 ABC방송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종교로 생각했고, 그 이유로 송출을 못했다. 나는 팔만대장경을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생각해 소개하려고 했는데, 방송사는 종교로 생각해 보편적이지 않은 아이템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프리랜서로서 과거 촬영한 팔만대장경을 보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 그리고 히스토리 채널이나 디스커버리 채널 등을 통해 방송을 할 것이고, 지금 사전 조사를 하고 있다.”

이어 팔만대장경은 몽고의 침입에 대비, 국난 극복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도 했다.

“나는 미국에서 이태리계 가톨릭 대학을 다녔다. 교수님이 수도사였었는데, 그가 불교경진인 팔만대장경이 한국에 있다고 했다. 20대 대학시절 팔만대장경을 처음 들었다. 2010년 우연히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를 갔는데, 거기 플래카드에 ‘내년(2011년)이 팔만대장경 1000주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곳에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다시 가 팔만대장경 공부를 1년간 했다. 1년 후인 2011년 미국 ABC방송 스텝들을 데리고 팔만대장경 1000주년 때, 3박 4일 동안 합천해인사에서 촬영을 했다. 물론 당시 KTX, DMZ, 한국음식, K-POP, 이명박 대통령 등도 취재를 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실제 보니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힘들게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 편성을 못했다. 종교적인 이유였다. 지금은 퇴직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다시 조명해 보고 싶다.”

그는 팔만대장경이 부처의 일생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한 목판으로서 복사가 가능했다는 것에 대해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래그 드 래고
그래그 드 래고

“서양의 쿠텐베르크 활자술보다 훨씬 앞선다. 한국의 인쇄술이 가장 먼저 발달한 나라인데, 세계가 잘 모른다. 팔만대장경의 정신이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분야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조차도 그 위대함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불교유산으로만 알아 기독교 등에서는 아예 그 가치를 무시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전쟁이 나면 무기를 만드는 것이 원칙인데, 한국인들은 불심을 가지고 국난을 극복하려고 했다.”

몽고 침입, 6.25전쟁 등 역경을 극복했고, 폐허에 가깝게 파괴된 것을 다시 창조한 한국인의 저력을 그레그 씨는 높이 평가했다.

“역사를 보면 전쟁 등 여러 번의 역경을 이겨낸 한국 사람들이 좋다. 예를 들어 6.25을 겪고 강냉이 빵을 먹고 고난을 이겨낸 한국인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다시 창조해 냈다.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이 한몫 작용했다.”

그는 한국 음식 중 매운 음식을 자주 먹고, 특히 갈비와 총각김치를 너무 좋아한다고. 특히 재래시장에서 사 먹은 호떡과 까베기가 일품이라고도 했다.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도 총각김치와 같이 먹는다. 요즘 한국에 와 재래시장을 찾아다니며 호떡과 까베기에 매력을 느껴 사먹고 있다. 현재 기거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 쪽 영천시장, 아현시장, 통인시장 등 재래시장을 찾아 사진도 촬영하고 호떡과 까베기를 사먹고 있다. 나는 한국의 재래시장이 좋다.”

한국인과 한국문화가 좋아 이를 알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예전 큰 회사를 다닐 때 아무래도 미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춰 일했다. 이제는 한국을 알리려고 왔으니, 한국만을 포커스를 해 일하고 싶다.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정확히 잘 모른다. 한국에 대해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나의 존재가 그런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그 씨는 우선 한국을 알리는 세 가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바로 팔만대장경과 한국의 산야, 한국인이었다. 먼저 ‘팔만대장경’을 촬영해 보도하고 싶다는 말을 피력했다.

“한국의 팔만대장경은 어마어마한 보물이다. 한국에 있는 자체가 큰 뉴스거리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팔만대장경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미국에 알리고 싶다. K-POP을 통해 한국을 알리듯 K-POP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전통문화가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2010년 당시 팔만대장경에 대해 1년 정도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는 2011년이 팔만대장경 1000주년으로 아는데 그것이 아니다. 공부를 해보니 팔만대장경은 중국의 조조대장경을 보고 만들었는데, 몽고 침입으로 불에 타 없어졌다. 그래서 다시 만들었기 때문에 1000년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 같다. 한국은 그런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내의 안내로 강화도에서 팔만대장경을 재현하는 모습을 미리 답사해 봤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니 남편의 일에 도움을 많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어 2011년 팔만대장경 1000주년일 때 한국에 왔던 일화도 전해 줬다.

“2011년 팔만대장경 1000주년에 왔을 때, 영미권 언론들에 실망을 했다. 그것을 촬영하려온 영미권 방송은 우리 팀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스크바 러시아 방송도 왔었다. 당연히 와야 했던 CNN, BBC 등이 오지 않았다. 이들 방송은 아프리카 등은 많이 찍으면서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특히 영국과 불란서는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와 가깝다. 아시아가 멀어 한국을 찾지 않는다. 인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을 다시 제작해 세계 알려야 한다는 것이 내 인생의 미션이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산야’를 촬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의 산과 들이 너무 이름답다. 외국인이 입국했을 때 제일 먼저 놀란 것이 작은 나라에 산이 많다는 것이다. 그중 특히 제주도가 아름답다. 작년 2월 제주도 들풀축제에 가 열흘 동안 촬영했다. 한국의 산야가 한국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다. 산에는 굴곡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가난, 전쟁 등 굴곡이 많았는데도 오늘날 발전한 좋은 나라가 됐다. 풍수지리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하고, 자연이 사람을 이해하고 어울리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이다.”

특히 ‘한국인의 이야기’에 대해 초점을 맞춰 취재·촬영하고 싶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한국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특히 현대 정주영 회장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원래 나는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다. 러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다. 언젠가 울산에 갔는데 조선소에서 배를 제작하는 것을 직접 봤다. 미국의 자동차 영웅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정주영 회장은 어마어마한 배를 만들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의 눈으로 조명해 보고 싶다. 헨리 포드와 비견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한국은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세종대왕 같은 왕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한국이 번영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스토리가 정말 대단하다. 한국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놀랍고 경이롭다.”

그는 저널리스트란 중요하다고 느낀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책임감이 너무 중요한 직업이라고도 했다.

“한국의 위인이나, 문화, 산야 등은 뉴스를 통해 세계 사람이 알 때까지 알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그런 보물이 너무너무 많은 나라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독창적인 것이 많다.”

그래그 드 래고 씨는 음악을 좋아하고 즐긴다. 재즈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다. 현역시절 뉴스를 만든 사람들끼리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재즈피아노를 연주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래그 씨는 지난 2004년 ABC방송 보도국장 시절 취재차 북한을 다녀온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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