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전세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이 한창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특히나 근래 이와 관련된 소식이 메스미디어를 강타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의 미투(MeToo)’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 뜨겁다. 단순한 해시태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정화차원의 대국민 움직임 같은 양상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애초 해시태그 캠페인은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처음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 미국 가수겸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처음 미투(MeToo)’ 해시태그를 사용했을 당시, 밀라노는 여성들이 트위터에 여성혐오나 성폭행 등의 경험을 공개해 이같은 행동의 보편성을 사회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었다. 유명 배우의 사회에 대한 일침에 수많은 저명인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본격적으로 이 운동이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현직 검사 서지현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사회의 전 영역으로 이 운동이 확대되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큰 이슈를 만들기 시작 했다. 이후, 정치인을 비롯해 문학가, 배우 등 가해자로 연루된 수많은 사건들이 사회에 민낯을 드러냈다.

결국 2018226일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이라고 국가적 변화의 방향성을 이야기 했다.

이렇게나 사회적 반향이 강력한 미투(MeToo)’ 운동에 대해 우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옆 나라가 이렇게나 들썩 거릴 정도면 한 두 사례 정도라도 가볍게 뉴스에 나올법한데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같은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일본에는 비율적으로 볼 때 그리 많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비교적 일본의 여성들이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 부분에 둔감해서일까? 실제 사실을 살펴보면 둘 다 아니다. 세계 어딜 가나 자신에 대한 폭력적 행위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위축감과 정신적 충격은 다르게 적용될 수가 없다.

일본의 유명 MC이자 사업가 미노 몬타는 생방송 중 광고가 진행되는 몇 분간 자신의 옆자리에 서있는 여성 아나운서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광고가 별안간 끝나버렸는데,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 미노 몬타의 모습이 몇 초간 방송에 나와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아니운서는 당황한 모습으로 몬타를 밀어냈는데, 이와 같이 공공연하게 남성들의 추행이 사회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곳이 일본이기도 하다.

이 일은 몇 년 전인 2013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국내에서보다도 훨씬 전에 일본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작은 이슈만 남기고 이 일은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가해자였던 미노 몬타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에서 하차한 사람은 피해자였던 아나운서였다.

일본의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다큐 영상 제작자 이토 시오리(伊藤詩織)에게 있었던 일은 일본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범한 성폭행범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형사 소송이 아닌 민사 소송? 이같은 이해 안가는 상황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목된 성폭행범은 다름 아닌 전 일본방송국 간부 야마구치였다. 20154월 취업 상담을 이유로 도쿄 모처에서 만나 식사 후 술을 마셨는데 이후 이토 사오리가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술에 뭔가를 탄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야마구치가 그녀를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는 야마구치를 경찰에 신고했고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하지만 잠시 후 영장은 취소되었다. 경찰청 형사부장에 의해 영장은 취소되고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 내렸다.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야마구치가 사죄하는 음성녹취, 택시기사의 증언, 호텔로 끌고 들어가는 보안카메라 영상 등 증거가 꽤 많이 있었지만 납득할 만한 소명 없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검찰 심사회에 이의 제기가 있었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불기소 처분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는 이같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야마구치는 아베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베총리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고 한다.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명문대인 게이오대학 남학생들의 여대생 집단 성폭행에 대해서도 일본 검찰은 강간치상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집단 강간 후 피해자 몸에 소변을 보는 등의 만행이 저질러 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성이 병원에까지 실려 갔음에도 남학생들은 얼굴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이토 시오리에 의하면 일본은 성폭행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비교적 차가운 편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염려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그런 일들이 계속해서 용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 해야만 하는 제도적 불합리함 때문에 2차 피해는 감내해야 할 수준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시오리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시오리에게 처녀인지를 묻는 등의 모멸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경찰이 몸 위에 인형을 올려 놓고 당시 상황을 재연해 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정도로 일본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다.

일본에서의 성폭행 피해자의 고발은 실제 발생 건수의 5%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고발이 들어가더라도 가해자가 실제 성행위를 했는지’, ‘안했는지를 매우 명확히 밝혀야만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행위에 대한 생리학적 증거가 명확하지 않거나 피해자가 몽롱한 정신에서 피해를 입게 되면 사실 입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일본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2차 피해당연히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일본에서는 미투바람이 불 여지가 별로 많지 않다. 국내 미투광풍 상황 속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사회적 질타를 받는 마당에 왜 이웃 나라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지 혹자는 물을지 모른다. ‘사회적 성숙사회적 발전과는 전혀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적 혜택이 자리를 잡은 사회라 할지라도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권력이나 기득권에 따라 사회는 강자가 약자의 살점을 뜯는 동물의 세계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제라도 사회적인 정화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정세가 어떤 면으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변화의 기미조차 꿈꿀 수 없는 일본 같은 사회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일면 조금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 했던 대로 사회적 성숙은 그 사회의 보이는 물질적 발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지속적으로 살피고 의식적 노력을 구성원 각자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