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아시아 기부 영웅’...미등기로 ‘법외의 경제 권력’

[뉴스엔뷰]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세간에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특히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거나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교묘하게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총수 일가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주>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사진= 뉴시스 제공>

이준용, 개인 사재 털어 조선일보와 연관된 재단에 기부

이준용 대림산업(대림그룹) 명예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기부 영웅’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2016년 7월 발표한 ‘2016 아시아 기부 영웅’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5년 8월 ‘통일과 나눔 재단’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업계에선 이 회장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 조선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칭찬을 들었다.

지난 2016년 출간된 <신문인 방우영>에 따르면 이 회장은 기부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게 된 것은 2014년 12월 아내와의 사별이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5남매를 모아놓고 “엄마가 남긴 재산은 유산이라기보다 내가 맡겨놓은 건데, 이걸 다시 상속받으면 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좋은 곳에 쓰도록 하자”고 말했다는 것.

이 회장은 처음엔 대림이 하는 문화재단이나 장학재단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종교 계통의 나눔재단에 일부를 기부하려고 했으나, 본인을 포함한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가 필요해 포기했다. 결국 자녀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조선일보와 연관된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 본인과 기업이미지 제고에 도움도 되고 언론사와 관계에서도 실리를 얻는 길이라 판단했던 것으로 읽힌다.

‘통일과 나눔’ 재무보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0월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343만7348주가 재단으로 기부됐다. 해당 주식의 지난해 배당금은 60억 원 대로 알려졌으며 현금 가치는 2868억1231만 원이다. 전체 통일나눔펀드의 96%를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이다.

빛바랜 ‘아시아 기부 영웅’...미등기로 ‘법외의 경제 권력’

그런 그가 언론에게 질타를 받기 시작한 것은 등기임원에 이름이 빠지면서부터다. 등기임원이 아닌 총수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녀가 실질적인 총수로서 역할을 하거나, 회사에 상장사가 없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 회장은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산업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이 회장은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인 대림산업이나 주요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문제는 미등기 임원들의 경우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현재 보수 공개 의무가 있는 임원은 연간 5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미등기임원 총수들은 법외의 경제 권력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올해부터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미등기 구분 없이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보수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이 회장이 일선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홍보팀 관계자는 “경영은 전문 경영인(CEO)이 하는 게 맞다”며 “현재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김재율 대림산업 사장-강영국 대림산업 대표’ 등 3인 체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경영일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 회장의 연봉을 알아보기 위해 관계자의 공식 해명을 요청한 상태다.

과거 이 회장은 14개 계열사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석유화학제품 무역업체)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 실제 ‘통일과 나눔 재단’에 개인 사재를 기부하기 전 까지만 해도 대림코퍼 최대주주로서 8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라관광 9.10%, 차남인 이해승씨 1.1%를 합하면 100%로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기업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당시에도 미등기임원이었다.

때문에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것이 ‘책임경영의 표본’으로 불리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총수가 등기임원이 되면 이사회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중요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만큼 업무의 양과 성격이 달라지고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의 위상은 그만큼 올라간다.

미등기로 있으며 이준용→이해욱 3세 승계 작업 완료

대림그룹의 계열사간 지배구조는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는 수직지배구도 속에 대림산업이 이외 대부분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도다.

대림그룹 사업무문의 핵심 계열사는 단연 대림산업이다. 건설(토목·건축·플랜트) 및 석유화학 분야를 사업영역으로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18조4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12조3326억 원, 5468억 원을 기록했다.

8개 계열사의 모기업 역할도 맡고 있다. 고려개발(토목·건축) 49.80%, 삼호(토목·건축) 46.76%, 에코술이홀(하수처리장 건설·관리) 100%, 만월산터널(만월산터널 건설·관리·운영) 40%와 함께 대림I&S(IT서비스) 12.55%, 오라관광(관광호텔·골프장) 100%, 대림자동차공업(이륜차제조) 100%, 대림콩크리트공업(콘크리트파일·인조대리석생산) 65.64%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림산업의 상층에 지분 21.67%(보통주 기준, 특수관계인 포함 24.03%)를 보유한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26개 국내 계열사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52.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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