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의...신동주 경영권 탈환 ‘물밑작업’

[뉴스엔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 뉴시스 제공>

신 회장이 법정구속을 계기로 한일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일본롯데홀딩스 쓰쿠다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때도 회사업무를 보기 위해서 1주일에 한 차례씩 일본을 방문했었다.

물론 신 회장의 거취는 이사회의 가결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임 발언은 일본 롯데는 물론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이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이른 바 ‘원 롯데’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지만 이런 구도가 깨지게 된다.  

또 신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롯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되자 지난해 경영권 다툼을 벌여 온 롯데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움직이기 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3일 신 회장의 1심 선고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횡령, 배임, 뇌물죄 등 다양한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신 회장의 즉시 사임과 해임을 주장했다. 이어 오는 6월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나 그 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신 회장의 해임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형제의 난’ 분쟁 불씨...신동주 경영권 탈환 작업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롯데지주와 함께 한국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신 회장과 쓰쿠다 회장이 공동 대표를 맞고 있다. 하지만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이 한일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28.1%)인 광윤사를 지배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경영권 탈환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에 롯데그룹은 총수 공백 속에서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경영권 방어를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27일 롯데지주 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한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와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가 흡수하고, 롯데아이티테크를 롯데지주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롯데는 이번 합병을 통해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고, 그룹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끊겠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기업 CEO가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거취가 결정되는 것이 관례지만 일본은 인신이 구속되는 즉시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재계의 관례”라고 언급했다.

재계, 차기 후계구도 좌우 할 ‘롯데家 3세들’ 거취 주목  

한편, 롯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계기로 그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은 롯데가 3세들에게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신 회장은 장남 신유열(32) 씨를 비롯해 신규미(30) 씨, 신승은(26) 씨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3명 모두 일본 국적이다. 이중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유열씨는 신 회장의 전철을 밟고 있어 조만간 롯데그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외아들 신정훈(25) 씨를 두고 있다. 그의 거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미생’에 불과한 이들이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은 미비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고 승자가 바뀔 경우 차기 후계구도는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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