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2일 행군은 ‘극기훈련?’...황당한 답변과 면피성 해명 논란

[뉴스엔뷰] 많은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 때 해병대 캠프, 등산, 행군 등 극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 정신을 함양하고 성취감, 팀워크 다지기 등 좋은 취지에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인권침해로 의심되는 사례를 연속기획으로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바뀌지 않는 ‘상명하복식’ 기업문화의 실태 그리고 황당한 취지

현대자동차 신입사원들이 지리산 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바롬에듀케이션>

무박2일 행군, 단체 등산, 해병대 캠프 등 군대식 조직문화를 띈 신입사원 연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행태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애사심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극기 훈련식 연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입사원 연수 때 지리산 등반을 했다. 오전 4시에 출발해 오후 4시에 내려오는 12시간 등반 훈련이나 오후 7시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내려오는 무박2일 행군이었다. 해당 연수 참가자 A씨는 “연수에서 등산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했지만 눈치가 보여 안 갈 수가 없다”면서 “행군과 직무능력의 상관관계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에 다니는 B씨도 이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그는 “3년 전 연수원 생활 6주 동안 아침 조회에 늦거나 강의 시간에 졸아 벌점을 받은 사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앉았다 일어났다’ 기합을 받으며 반성문을 써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몸이 좋지 않아 등반에 실패한 사원들은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며 “다 큰 성인에게 나약한 정신을 탓하며 기합을 주는 것도 불편하지만 지병이 있어 등반을 포기한 신입사원에게까지 고통을 가하는 걸 회사 문화라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무박2일 행군은 ‘극기훈련?’...황당한 답변과 면피성 해명 일관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본보에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16일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무박2일 행군의 취지는 단합심을 기르기 위한 극기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몸이 안 좋거나 체력이 달리는 사원은 꼭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했다. 다만 향후 이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현대차 측의 이 같은 해명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극기 훈련식 연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 따른 해명으로 보기에 ‘극기훈련’이란 해명은 적절하지 않거니와, 대상자가 신입사원인 만큼 강제성을 띌 수밖에 없는데도 ‘면피성’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는 일체감을 갖는 ‘조직원’으로 양성하기 위해 윗사람의 명령에 아랫사람이 그대로 따르는 상명하복식 교육이 부른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식 성장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대착오적 교육법”이라며 “신입사원 특성에 맞춘 능력 위주의 교육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