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최순실 사태로 기부금 대폭 줄여

[뉴스엔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기부 활동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사진= 뉴시스 제공>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의 올해 1~3분기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299억 원)보다 13.4%(1511억 원) 감소했다.

특히 올해 반도체 부문 성과로 연일 역대 최다 실적을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40% 가까이 기부액을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8조5300억 원에 달하는 데 반해 같은 기간 기부액은 1125억400만 원이 삭감됐다. 이밖에도 삼성물산은 70.1%, 삼성SDS와 삼성생명은 각각 98.3%, 99.4%씩 기부액이 대폭 감소했다.

반도체 실적 고공행진을 이룬 SK그룹도 정유·화학·가스 부문에서 기부금이 급감했다. SK종합화학은 64.9%, SK이노베이션은 70.6% 줄었으며, SK가스는 기부액을 94% 삭감했다. 이들 기업 역시 업계 시황 호조로 실적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외부 사회공헌이 현격히 줄어든 셈이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기부 축소 움직임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최순실 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으로 큰 곤혹을 치른 기업들이 덩달아 몸을 사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홍역을 치른 삼성과 SK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이 기부금을 줄였다.

특히 공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검찰이 최순실 관련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재계의 직격탄이 됐다. ‘기부’와 ‘뇌물’의 경계선이 불명확해지면서 자칫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휩싸여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뇌물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도 같은 맥락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기부 자체가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다”라며 “아직까지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기부금 증빙도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GS칼텍스(81.5%), KT&G(79%), 우리은행(39.0%) 등도 모두 100억 원 이상씩 기부액을 줄였으며, 대우건설(94.2%), LG디스플레이(26.8%) 등도 40억 원 이상 기부금을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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