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창비 세계문학 62번으로 출간된 '모래 사나이'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 E. T. A. 호프만의 대표 중단편을 고루 묶은 책이다.

창작과 비평 제공

호프만의 작품들은 환상과 그로떼스끄의 대가이자 탁월한 심리묘사와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로 도스또옙스끼, 고골, 보들레르, 발자끄, 에드거 앨런 포 등 무수한 작가를 매료했고, 차이꼽스끼, 슈만, 오펜바흐 같은 음악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창비는 이 책에 대해 "특유의 기이하고 매혹적인 세계에 정치체제 풍자와 근대이성에 대한 비판을 담은 중편소설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를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고, 호프만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걸작 단편 '황금 항아리' '모래 사나이' '스뀌데리 부인'을 함께 수록해 호프만 문학의 진미를 두루 맛볼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래 사나이'와 '황금 항아리'는 E. T. A 호프만의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현대의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황금 항아리'는 어느날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 세르펜티나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행복과 쓰라린 고통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모래 사나이'역시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각각 상징하는 클라라와 올림삐아 사이에서 대학생 나타나엘이 혼돈을 빠진채 겪게 되는 기묘한 일들을 다룬다.

신비롭고 낭만적인 '황금 항아리'와는 달리 '모래 사나이'는 어둡고 섬뜩하며 비관적인 분위기로 진행된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나 호프만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는 작가 스스로 "내가 쓴 것 중 가장 유머러스한 동화" "기가 막힌 책"이라고 말했다.

E. T. A 호프만 = 창작과 비평 제공

작품은 절대주의 왕정과 계몽주의적 이성을 비판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체주의 국가나 소비에트 체제, 혹은 프로파간다를 구사하는 독재자에 대한 우화로도 거듭 재해석되며 혹세무민하는 권력자나 경직된 사회구조에 대한 유의미한 풍자로 여전히 인용되며 사랑받고 있다.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이 책을 추천하며 "호프만은 그가 만든 기이한 인간들과 함께 이 세상 현실을 항상 단단히 붙들고 있다. 거인 안타이오스가 어머니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을 때는 천하무적이었지만 헤라클레스가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마자 힘을 잃었듯이, 시인도 현실의 땅에 발붙이고 있으면 힘세고 강하지만, 도취하여 파란 하늘에 떠돌아다니자마자 무력해진다"라고 말했다.

모래 사나이 / 창작과 비평 / E. T. A 호프만 지음 / 황종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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