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섯 번째 개인전 '어제 오늘 내일' 연 김주희 작가

[뉴스엔뷰] 커피 잔, 빵, 케이크, 바나나, 자동차 등 일상적인 소재로 인간 내면과 소통의 중요성을 알리는 회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부터 (오는 8월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 유디’에서 열리고 있는 김주희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어제 오늘 내일’은 일상을 소재로 19점을 선보였다.

전시작품

전시 작품들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반복된 삶에서 탈피하고자하는 화가의 내면을 표현했다고나할까. 내 마음속 복잡한 형태의 일상을 그림을 통해 벗어남과 비움의 사유로 나타냈다.

빨대가 꽂힌 컵을 ‘다행이야’라고 제목을 달았고, 식빵을 ‘뜯기기 전’, 두 개의 컵을 ‘두 사람’, 김이 나는 커피 잔을 ‘기다림의 시간’, 자동차를 ‘데려다 줘’ 등으로 명명했다.

지난 17일 오후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유디 전시장에서 김주희 작가를 만나 전시작품과 관련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먼저 그는 전시 주제 ‘어제 오늘 내일’과 관련한 얘기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

“작품 주제를 ‘일상’이라고 하려했는데, 자연스레 ‘일상’을 풀어 그냥 ‘어제 오늘 내일’로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오늘도 어제 같은 오늘이고, 내일도 오늘 같은 내일이다. 사람들은 반복된 삶을 살고 있다. 누구나 다 일상을 그렇게 살고 있다. 동료들이나 가족들의 사랑을 봐도 반복적으로 사랑을 한다. 반복적인 삶 속에서 조금 벗어나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김 작가는 매사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을 하고 있는 명상가였다. 그는 자연스레 명상과 관련한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명상을 한 사람이다. 명상을 통하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명상을 계속하면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이 뭔가 해치우는 그런 느낌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 일을 했다. 보통 사람들이 일을 할 때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복된 일이기 때문에 거기서 행복이나 기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하루 밥 한 끼를 때웠다’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을 자주 본다. 사실은 작은 것 하나 소중하고 감사하는 것들이 많다. 지치고 힘든 마음들은 반복되는 삶 때문이다.”

그는 “명상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마음이라는 것은 어제 내가 살았던 모습으로 밖에 살 수 없다”며 “영화 필름처럼 반복된 그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찍은 어떤 하나의 영화필름 프레임 안에서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시나리오 작가도 되고 영화를 보고 있는 관람자 입장도 된다. 그래서 내가 찍은 그 상태의 영화를 계속 나만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거기에 하루하루가 덧붙여진다. 그래서 영화는 긴 것 같지만 그 스토리는 반복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것은 내 자신 밖에 못 본다. 영화라면 한편으로 끝나는 일이지만, 사람이 태어나 소중한 삶인데, 그냥 필름처럼 계속 반복되는 그 속에서 내가 살고 있다면 당연히 그런 삶뿐이 못 느끼게 된다.”

전시작품

이어 김 작가는 20대 시절부터 행복이란, 삶이란 등을 놓고 풀리지 않는 고민들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지루하고 빨리 해치우면서 내일을 기다리지만 내일은 오늘과 같은 내일이 와 똑같이 빨리지나 간다. 그러면서 다음의 내일을 바라보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삶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체념을 한다. 욕구불만이나 부족한 마음을 취미생활 등을 하면서 뭔가를 찾으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저는 예전부터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싶었고,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스물 살부터 ‘행복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사람은 왜 사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게 삶일까’, ‘행복은 나에게 어떻게 정의가 돼야 할까’하는 고민은 있었지만 해결할 방법을 몰랐다. 반복된 일상에서는 뭐가 행복한지를 잘 몰랐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주희 작가는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수련 교원직무연수 프로그램으로 명상을 시작하면서 일주일동안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해 봤다. 이전에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구나’라고 숙명처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명상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니 사람 마음의 본성이 우주의 마음이고 우주가 나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 김주희라는 정의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내 의식과 마음이 확장이 되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 내 생각과 고민으로 내 입장으로만 세상을 봤는데, 소통이라는 것이 내 안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그는 “세상의 것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세상을 모르니 그림에 담을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림에 대한 욕구도 뭔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로서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마음빼기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이 점점 나로부터 벗어나 전체 입장을 보게 되면서 시야가 좀 더 넓어졌다. 내 속에 부정적인 생각들도 점점 긍정적 마음으로 바뀌면서 명상을 한 후 첫 번째 개인전을 하게 됐다. 지난 2008년도에 첫 개인전을 했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다섯 번의 개인전을 했다. 전체적인 흐름은 내 스스로 계속 벗어나고 싶었다.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뭔가 소통하면서 뭔가 얘기해주고 싶었다. 내가 느꼈던 것들을 사람들에게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을 전시 그림에 담았다.”

김주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적인 것 안에 있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현재 고등학교에서 수학(전공)을 가르치다 보니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익숙해졌다. 이번 전시 소재들이 일상적인 것이다, 바로 일상에서 등장한 커피잔, 빵, 컵, 우산, 물고기 등이다. 일상적인 것 안에 있는 의미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소통이 되지 않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했다.

“‘두 사람’이란 제목의 그림은 컵이 나란히 두 개가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나는 냉랭한 상태이고, 하나는 소통이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둘 다 색깔도 똑 같은데 형태만 다르다. 본질적으로는 본성은 같지만 서로 형태가 달라 ‘너와 나는 달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서로 소통이 안 되는 냉량한 두 사람의 모습이다. 컵으로 표현되는 이 그림은 인간들이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소통이 되는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또 다른 작품 중 두 컵의 그림은 두 사람이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서로 안팎이 편하기 때문에 ‘너와 내가 다른 게 아니고, 같은 것이구나’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이 일어나는 것을 내 그림에서 연기나 김으로 표현했다. 연기나 김은 뭔가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뜨거운 것을 마실 때도 김이 나가야 식어 먹을 수가 있듯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속에 있는 것을 조금 비워야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내 자신이 완벽히 무장돼 있으면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쪽에서 뭔가 비워주면서 소통이 일어난다. 바로 두 컵을 가지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 그림은 사람의 얘기이고 사는 얘기를 하기 위해 일상의 편안한 소재들로 표현했다.”

전시작품

김 작가는 전시그림을 보면 꿈틀거림과 자유로움이 느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제가 그린 그림의 방식은 흰 도화지에 밑그림 없이 바로 시작한 그림들이다. 오늘 커피를 마시면 마음속에 뭔가 떠올리며 잔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그 사물에 내 마음이 찍혔기 때문에 그것을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린다. 바로 스케치하는 과정에서도 어떤 틀에 매여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을 한다. 사물에 대해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업방식이 그렇게 되다보니 뭔가 움직이면서 꿈틀거리게 보인다. 동양화에서 얘기한 기운, 생동 등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마음이 살아있고, 살아있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관람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뭔가 편안하고 자유롭다, 친숙한 것 같은데 뭔가 꿈틀거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전시작품은 지난 3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19점을 전시했다. 작업실에 갇혀 그린 그림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을 하며 ‘일상속의 생활미술’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김주희 작가는 “정물화의 대가인 느네 마그리트도 작업공간이 없어, 집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도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치운 후 그리고 이렇게 일상에서 좋은 그림을 그렸다”며 “실제 해보니 작업실이 없어도, 조건이 되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 못 느꼈던 일상 속 그림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스스로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관람한 김진옥 <전인교육신문> 편집장은 “불필요한 꾸밈은 모두 생략하고 단순하고 따뜻한 본질만 담아냈다”며 “단순하고 편안하고 재미있고 편안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티스트 소원섭씨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철학적 의미로 풀어내는 동화 같은 그림”이라며 “작가의 순수 감성과 순수색채가 어우러진 생활일기”라고 강조했다.

김주희 작가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해 졸업했고, 현재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그를 만나다’개인전을 시작으로, 2012년 ‘벗어남’전, 2014년 ‘꽃과 사람에게는 그리움이 있다’전, 2015년 ‘Look Back’전에 이어 이번 전시회가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수많은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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