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기숙사는 왜 원룸보다 비싼가요?"

[뉴스엔뷰] 기숙사 수용률을 늘려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취지로 들어선 민자 기숙사가 취지와는 다르게 비용이 턱없이 비싸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민자 기숙사’란 애초 대학생들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이었다. 때문에 민간자본으로 건물 신축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즉 대학생들의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과 타 지역 학생 등을 중심으로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 그런데 사실 안을 뜯어보면 주거 안정보다 대학과 운영을 맡은 업체 간의 이윤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애초 대학이 민간기숙사를 건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해가 2005년이다. 당시 민간자본 유치로 대학 시설 여건 개선과 동시에 건설경기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주된 배경이었다. 하지만 민자 기숙사가 건설되면서 입주비용이 이전 기숙사에 비해 크게 오른 것. 이는 민자 사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 때문이다.

최근 턱없이 비싼 기숙사비로 논란이 된 경희대학교의 경우 시설은 낡을 대로 낡았지만 기숙사비는 1인실 기준 연간 420만 원으로 이는 한 달에 35만 원에 달한다. 이는 경희대 서울캠퍼스 행복기숙사 비용(월 18만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이렇게 같은 학교에서 기숙사비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경희대학교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GS건설이 우정원 기숙사 건축비를 선투자한 뒤, 20년에 걸쳐 수익금으로 매년 투자비용을 환수해 가는 민간 투자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런 이유로 학교 측은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공개된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민자 기숙사의 높은 금리가 높은 기숙사비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GS건설에 운영을 맡긴 경희대는 매년 수익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아왔다. 운영 계약서 7조1항에는 “GS건설은 운영기간 5년차인 2003년부터 운영기간 종료시(2019년 2월 말일)까지 매년 학교발전기금으로 7억2000만 원”을 내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GS건설은 학교 측에 14년 동안 100억8000만원을 ‘기부금 형태’로 지급해왔다.

결국 기숙사 운영과정에서 업체가 최종 이용자인 학생들로부터 수익을 거둬들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숙사 비용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던 것. 이 때문에 실제 민자 기숙사 비용이 같은 학교 내 직영기숙사에 비해 30~40%. 심지어 학교 밖 원룸 월세보다 비싸게 나타났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사립대를 놓고 봤을 때 민자와 직영을 모두 포함한 사립대 전체 평균 기숙사비는 1인실이 32만 원, 2인실이 20만 8000정도다. 1인실만 비교했을 때, 서울 내 주요 사립대학 9곳의 기숙사비는 이보다 훨씬 웃돌았다. 연세대가 62만 원 정도로 가장 비쌌고 건국대, 숭실대, 한국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높게 형성된 민자 기숙사 비용이 전체 기숙사 비용의 상승세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자 기숙사가 따지고 보면 기숙사 비용에 대한 책정 근거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숙사 비용이 형성된 것. 높은 비용이라도 수용률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선택을 하게 되고. 직영기숙사는 수요가 넘치고 흐르기 때문에 적은 값보다는 보다 비싼 값으로 기숙사 비용을 책정하게 되는 구조다. 즉 기숙사 수용 경쟁이 더 치열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상승세가 동반되는 셈이다.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사립대학들의 비싼 기숙사비가 적정한지에 대한 당국 차원의 점검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희대 측은 "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전부 업체가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고 있다"면서 "이 기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