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오류에 이어 성희롱까지 ‘엎친 데 덮친 격’

[뉴스엔뷰]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이 통계 오류에 이어 성희롱까지 잇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총재의 책임론까지 일고 있어서다. 당장 중앙은행의 위상까지 흔들리는 가운데 이 총재는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은행도 성희롱 가해지로 지목된 팀장급 간부 두 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경영인사위원회를 열고 성희롱 피진정인 두 명에 대해 성희롱 여부를 심의한 결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이들이 팀장으로서의 임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1일자로 직위해제(인사조치) 조치했다. 한은은 이들에 대해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 합당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한 지역본부 직원 A씨는 지난 5월 중순 팀장급 간부 2명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은 지역본부에 입사한 A씨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에 걸쳐 팀장급 간부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팀장급 간부 B씨는 과일을 깎고 있던 A씨에게 "껍질을 까는 것이냐. 벗기는 것이냐"고 발언하는가 하면, "여자들은 원시시대부터 과일을 채집해 까는 것을 잘하고 남자는 벗기는 것을 잘한다. 너는 왜 껍질을 잘 못 까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가해자인 팀장급 간부 C씨도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발언했다고 A씨는 주장한다.

징계위에 부쳐진 B씨는 올 초 정기인사로 한은 본점에서 근무 중이고, 또 다른 가해자인 C씨는 아직 피해자와 함께 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팀장급 간부 2명의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고, 7월 정기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팀장급 간부 2명이나 성희롱 물의를 빚으면서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성희롱에 휘말린 것은 2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본부 팀장이 회식 자리에서 20대 여직원에게 "남자친구와 피임을 잘하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여직원들이 신고하자 한은은 승진누락을 하는 듯 했으나, 1년 뒤 2급 부장급으로 승진해 행내 익명게시판에 불만이 쏟아졌다. 정년이 보장되는 한은 직원 특성상 퇴사를 마음먹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이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 또다시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앙은행 명성에 어긋난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경제통계팀의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 오류로 신뢰를 잃은 바 있다. 당시 한은은 금융통계팀장을 직위 해제하고, 금융통계부장 교체, 경제통계 국장과 담당 과장은 엄중 경고 조치했다.

이 총재는 "통계국 오류도 그렇고,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중앙은행 명성을) 회복하기 힘들어지니 재발 방지와 직원들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유념하고 있다"며 "사안에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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