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개선 요구 높아

[뉴스엔뷰] 한국마사회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 경마장)에서 마필관리사로 근무하던 A씨(38)가 마사회에 항의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확대됐다. ‘국내 1호 말마사지사’로 알려져 있는 마필관리사 A씨는 ‘X같은 마사회’로 시작되는 3줄짜리 짧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벚꽃축제에서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렛츠런파크서울 제공>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유명 마필관리사 A씨의 죽음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가혹한 착취 구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처자식을 두고 15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사회는 연매출 7조7000억원, 직원 4명중 1명은 연봉 1억원이 넘는 신의 직장이다”며 “그 이면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악명 높은 공기업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씨가 숨지기 전날 관리하는 말이 경주하던 중 앞발을 드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지자 조교사가 A씨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욕설을 했다. 평소 마필 관리사 처우 개선에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A씨가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는 것. 결국 이 같은 착취구조는 고용구조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한국마사회는 사실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날 해명자료에서 마사회 측은 “마필관리사의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와 함께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마필관리사 죽음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고용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여러 보도에 대해 “경마의 특수성으로 인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연봉이 제공되도록 상금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조교사가 사업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노무행위에 대해서 꾸준히 계도하는 등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경마는 특성상 경마시행체(마사회),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로 구분돼 상호 협력적 역할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경마는 금전을 베팅하는 특성상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면 얼마든지 승부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성원 간 경쟁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경마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개별고용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경주 결과에 따라 경주마의 소유자인 마주에게 상금을 지급한다. 마주는 소유마의 관리를 조교사에게 위탁하고, 조교사는 마주로부터 말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개별 사업자다. 조교사는 마필관리사를 고용, 말을 관리 및 훈련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마필관리사 개별고용제는 마필관리사 인력운영과 임금지급 등 해당 사업장 운영에 대해 조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며 관리사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간의 협의해 결정한다.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적인 공통된 고용체계라는 게 마사회 측의 설명이다.

마필관리사 급여수준에 대해서도 2017년 부산경남 마필관리사 평균근속연수 6년, 평균 연봉은 5352만원(월 446만원)수준으로 홍콩, 싱가포르 마필관리사(월 250-350만원)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마사회 안팎에서의 해묵은 적폐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제주경마장에서 노조원인 용역업체 청소노동자들을 아침 조회시간에 해고해 논란을 빚은 것도 모자라 이번 사건이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마사회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발맞춤하기 위해 TF까지 꾸렸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실현되기도 전에 이번 일로 삐걱대고 있다. ‘의욕’만으로는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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