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임해리 작가의 '사임당 전'

[뉴스엔뷰] 가부장적 조선 유교사회에서 스스로 군자의 뜻을 품은 여인, 사임당의 ‘삶의 궤적’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지난 1월 25일 첫 선을 보인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가운데, 다양하게 사임당을 조명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16세기 조선 여인 사임당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궤적을 총체적으로 접근한 책은 별로 없다.

하지만 최근 임해리 작가가 쓴 <사임당 전>(글과 생각, 2017년 1월)은 신사임당이 “여자들도 성인의 도를 익혀야 한다”는 철학과 인성교육 그리고 생명존중 사상을 느끼게 한 책이다. 특히 3남인 율곡 이이 선생을 통해 현재의 공직자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진정 5만원권 화폐의 주인공 신사임당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가 살던 16세기 조선은 여성들에게 공적 교육을 시킬 수 없는 엄한 사회였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서예와 그림, 글공부를 충실히 했다. 바로 명문가 선비였던 외조부와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과 경제적 후원이 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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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부장적 사회인 조선시대 대부분 여성들에게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남성들에게는 아명과 아호 그리고 호 등 다양하게 이름을 썼지만, 여성들에게는 친정집 지역 이름을 따 강릉댁, 청산댁, 내당댁 등으로 불렀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서도 ‘신사임당’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유는 뭘까. 

놀란 것은 신사임당이 이름을 직접 지었다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사임’은 중국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을 스승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태임은 당대에 명나라와 조선에서 가장 학식과 덕행이 뛰어난 여성이다. 군자의 풍모를 갖춘 주나라 문왕과 같은 성군을 만들었다. 때문에 조선 사대부의 학문이 뛰어난 여성 지식인들은 태임을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 태임의 아들 문왕은 덕과 관대함으로 어진 정치를 폈다. 그는 작은 일도 세심하게 살폈고, 신중했으며, 진실대로 했다. 그는 소박한 옷을 입었고, 자주 들에 나가 농부들과 함께 일하며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인 군왕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사임당은 일찍이 공자의 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 신명화와의 대화에서도 사임당은 공자가 말한 군자의 네 가지 덕목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첫째, 몸가짐이나 언행이 도타웁고 후덕하면서도 신중하고 무거워야하며 둘째, 항상 충성됨과 믿음을 근본으로 삼으라 했으며 셋째, 학문이나 기예를 갈고 닦아 인격도야에 힘쓰라 하였고 넷째,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거리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본문 중에서-

사임당은 공자의 교육론으로 자식들에게 효도와 우애를 가르쳤다. 사임당은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즉 태교 때부터 인성교육을 행해야 하고 출산 후의 교육으로는 불가하다고 했다. 그는 남편 이원수와의 슬하에 4남 3녀(7남매)를 두었는데, 늘 부모에게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했다. 사임당의 가르침을 받은 율곡의 효심은 지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임당이 세상을 떠나고 서모 권씨가 율곡에게 많은 심적 고통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서모에게 효도한 일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임당의 셋째 아들 율곡의 어릴 적 이름은 현룡이었다. 사임당이 태몽을 꾸었을 때 검은 용 한 마리가 가슴으로 안겨와 지은 이름이었다. 율곡이라는 호는 ‘밤나무 골’이라 뜻이다. 한 때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가 심한 병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가 있었다.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이이로 이름을 바꾸면 큰 학자가 될 것이라고 해 이름을 ‘이이’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이 책은 사임당의 서화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서화를 보면 경서와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의 일상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군자의 덕을 실천했고, 서화는 자신의 좌절과 고통, 기쁨, 행복 등을 내면으로 표현했다. 책에 소개한 작품들은 꾸밈이 없고 소박하며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 성리학적 심성 수양을 통한 결과였다고나 할까.

사임당은 28년의 결혼 생활동안 한량으로 지낸 무능한 남편의 조언자였다. 온전한 지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픔을 품고 세상을 떠난 비운의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의 예술세계와 태교 때부터의 인성교육 등은 오늘의 21세기 현대교육에서도 시사한 바가 크다.

아버지 신명화와 어머니 이씨 부인, 아버지 신명화와 사임당, 사임당과 남편 이원수, 사임당과 아들 율곡 등의 문답식 대화체의 글들이, 현실감을 더한다.

책의 소제목 ▲군자의 뜻을 품다 ▲군자의 뜻을 실천하다 ▲내면의 거울로 세상을 비추다 ▲먼저 뜻을 세우고 반드시 이루어라 등을 보더라도 사임당의 삶과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임해리는 지난 1959년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조선후기를, 중앙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했다. 단국대 대학원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혼자 잘살면 결혼에도 잘 산다> <누가 나를 조선 여인이라 부르는가>  <우리 역사 속 못 말리는 여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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