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왜 검찰은 정유라를 소환하지 못할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짜 몸통은 정유라다. 이화여대 사태의 발단도 정유라였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최태민 일가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결정적 계기도 정유라였다. 대한체육회-승마협회-마사회-평창올림픽조직위로 이어지는 체육계 전반의 비리와 유착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 중심에는 정유라가 있다.

 

사진: 뉴시스

인과관계만 정유라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국정농단 파문의 최대 수혜자도 정유라다. 박근혜 대통령이 향유한 이익은 퇴임 후 영향력을 행사할 재단의 출범이고, 최순실은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기업들로부터 삥 뜯었지만 차은택-고영태-이성한 등 동업자들과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고, 그나마 기업들의 각종 민원해결 창구를 하며 공생하는 관계를 가져갔다. 일방적이지는 않았다는 거다.

그러나 정유라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대 입학허가서를 받은 것도 오롯이 정유라 한 사람 뿐이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독일로 가 있는 동안 대리출석, 대리리포트작성, 대리시험 등의 편의를 이대측이 봐준 것도 그 수혜자는 오직 정유라 한 사람 뿐이다. 삼성이 송금한 30여 억 원도 정유라 개인을 위한 말을 구입하는 것과 그녀가 머물 거처인 독일의 한 호텔을 구입하는 데에 사용됐다. 실제 정유라는 바로 그 말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땄고, 바로 그 호텔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이를 키우며 생활했다. 나머지 이권들은 다 주고받거나 나눠 갖는 구조인데 유독 정유라만 혼자 다 차지하고 누리는 구조라는 거다.

물론, 정유라에 대한 특혜 때문에 이대가 각종 정부사업을 독차지하고, 교수들도 보직을 받거나 고속 승진하는 이익을 얻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정부 측 지원과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사업적 특혜를 받지 않았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정유라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박근혜로부터 받거나, 최순실로부터 받거나, 최경희로부터 받는 것이지 정유라로부터 받는게 아니라는 거다. 아니 이익은 정유라가 얻었는데, 정유라는 아무 것도 내놓거나 나누는게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 뭔가를 내준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오직 얻는 것만 있고, 내어주는 것도 책임지는 것도 모두 딴 사람들이 감당한다면 그 이익을 향유하는 장본인이 바로 몸통이라는 것을…

사실 정유라 한 사람만 소환하면 모든 의문의 조각들이 풀린다. 왜 친아버지인 정윤회보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라를 더 많이 챙길까? 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인 김기춘, 안종범, 조원동, 최경환, 윤상현, 황교안, 최경희, 김종덕, 김종 등이 그토록 최순실을 감싸고 최순실의 편의를 봐주었을까? 왜 다른 부처도 아닌 유독 문화체육관광부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에 모든 관련당사자들이 일심동체가 되었을까? 왜 최태민 일가가 청와대 수석들 중 유독 민정수석과 교육문화 수석 자리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왜 삼성·롯데·CJ 등 초일류기업들이 듣보잡 아줌마인 최순실의 말에 그토록 고분고분하게 따랐을까? 이 모든 미스테리들의 중심에 바로 정유라가 있다. 그녀만 불러서 강도 높게 조사하면 상당부분의 의문이 풀리는데 검찰은 굳이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서 가고 있다. 왜 그럴까?

크게 생각할 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하나는 검찰 쪽 이해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최순실' 쪽 이해관계다.

먼저 검찰 쪽부터 살펴보자. 사건의 개요가 아무리 복잡해도 소환조사 3시간 만에 풀려나거나 긴급 체포되는 경우가 있고, 사건은 엄청 단순한데 16시간 밤샘조사를 하고 풀려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질까? 사건의 난이도 때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의 시나리오에 맞게 척척 협력하여 조서를 작성하면 빨리 풀려나는 거고, 검찰의 시나리오를 뒤집는 발언들이 계속 나오면 회유하고 겁박하고 체념시키기 위해 모든 검찰 조직이 총동원된다.

다시 말해 진상규명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검찰의 입맛에 맞는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거다. 대한민국 검찰... 김기춘-황교안-우병우-최재경 등이 최상층부를 차지하는 순간부터 진상규명에는 관심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합법적 깡패집단 돼버렸다.

이 같은 검찰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활용 카드가 높은 인물은 누구일까? 정호성? 안종범? 차은택? 안타깝게도 안종범을 구명하는 데에는 박근혜도 최순실도 별 관심이 없을 거고, 차은택이야 박근혜는 크게 관심이 없고 최순실 입장에서도 그냥 머슴 한놈 버리면 그만이다. 정호성의 경우 박근혜는 안타까울 수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놓고 볼 때 정유라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검찰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활용도가 높은 인물을 장외 혹은 커튼 뒤에 숨겨놓고 담장 안의 최순실과 담장 밖 박근혜를 오가며 협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니 그녀가 담장 안으로 들어와 최순실과 한 몸이 되거나 담장 밖에서 박근혜와 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 아마 검찰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처에서 사실상 가택연금 당하고 있을 거다. 20대 초반의 개념도 없고 어리버리한 여대생(?)이 이토록 오랜 기간 도피행각을 벌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박근혜와 최순실 쪽에서도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을 그냥 묵인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죄수복에 수갑 차는 모습을 차마 볼 수도 없겠지만, 혹 이 개념 없고 어리버리한 여대생이 모든 진실을 다 까발리기로 결정하는 순간 사건에 대한 통제력과 대응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담장 안으로 잡혀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담장 밖에서 곧 잡혀 들어갈 수도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정유라 한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명예와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검찰과 박근혜-최순실 쪽 이해관계가 정유라를 소환하지 않는 쪽으로 맞아떨어지고 있는 거다.

검찰 입장에서도 정유라를 소환하여 구속시켜버리면 더 이상 박근혜-최순실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차피 정유라가 검찰과 언론의 영향권 하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면 박근혜와 최순실도 이판사판 모드로 전환하여 갈 때까지 가지 않겠는가? 그러한 관계의 속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검찰이 마치 정유라의 존재 자체를 잊은 듯 딴청부리면서 외곽만 계속 때리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정유라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검찰과 박근혜-최순실의 줄다리기 속에서 최종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당연히 검찰이다. 왜냐하면 1년 후 모든 권력과 영향력을 상실하는 쪽과 죽을 때까지 권력과 영향력을 쥐고 가는 쪽 중 누가 대세를 장악하겠는가? 그러니 박근혜-최순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에 대한 통제력과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고, 검찰 입장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권력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 말리는 줄타기 국면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정유라가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니 결국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수밖에 없는 거다.

과연 정유라의 입을 통해 열리게 될 '판도라의 상자'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닫혀버린 모든 진실의 문을 하나하나 다 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혹 그 모습이 너무도 추악하고 혐오스러워서 도저히 더 이상 대한민국에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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