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속칭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이 흘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직무연관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거나 5만 원 이상의 선물, 10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수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이 법의 적용 대상 인원은 4만919개 기관에 약 400여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에게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건네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이들의 가족 등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까지 포함하고, 이들과 만나는 사람들이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건네면 처벌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부정청탁 금지법 자체가 매우 포괄적이고, 한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 적용과 관련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직무와 청탁의 애매한 경계가 이유다.

권익위에 지난 한 달간 문의가 들어온 유권해석은 총 9351건이다. 권익위 홈페이지에는 지난 26일 오후 5시 현재 4135개의 질문이 올라와 있었다. 하루 평균 약 150여개의 질문이 올라오는 셈이다. 전화 상담까지 포함하면 질문 숫자는 훨씬 많지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한다.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기존 진행하던 업무를 소신껏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대외활동 부서들은 물론 공직사회도 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들이 많아 만남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법 적용과 관련 혼란의 대표적인 사례가 ‘캔커피’ 사건이다. 청탁금지법 1호 신고로 기록된 이 사건은 부정청탁 금지법 시행 첫날인 9월28일 낮 12시쯤 경찰에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신고 전화를 했다.

경찰은 검토 끝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신고자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종결했으나 “김영란 법이 사제지간에 캔커피 하나도 주고받지 못하게 하는 법이냐”라는 불만이 사회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이 교사에게 캔커피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권익위는 “부정청탁의 소지가 있으면 1000원짜리 음료수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회상규’의 예외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아있다.

권익위는 또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반환 기준에 대해 처음에는 가액기준을 넘으면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가액기준 초과 금액만 반환하면 된다고 밝혀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부 부처 간 법적용 이견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국회의 쪽지예산 허용과 관련 권익위는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여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기획재정부의 “부정청탁에 해당되어 관련법 위반”이라는 대답이 그것이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이 부정청탁 금지법이 우리나라 곳곳에 깊숙이 배어있는 부정청탁과 그 댓가로 이뤄지는 금품수수의 부패를 청산하고, 깨끗한 사회로 변화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에 일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각자 지불하는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이다.

또한 공무원들이 여러 이유로 거절하기 어려웠던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것도 부정청탁금지법의 긍정적 결과다.

하지만, 법 시행이후의 결과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사회상규 상, 통할 수 있는 인정마저 처벌대상이 되었으며, 국민적 감시와 불신의 시대가 시작된 것도 그것이다. 또한 우려하던 내수위축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8일에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강원도 춘천지방법원은 춘천경찰서 경찰관에게 4만5천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낸 민원인에 대한 사건을 접수했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떡을 즉시 돌려보내고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를 했다. 경찰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으로 민원인에 대해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내수 활성화를 결의하기도 했다.

관련 법령과 입법기관인 권익위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간 사회 각 분야의 유권해석 질의는 봇물을 이루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일관된 답변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TF 구성 이유에 대해 “법 시행 초기이고 적용 대상자가 400여만 명에 이르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권익위는 법무부·법제처 등과 협력 체계를 갖춰 체계적으로 검토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TF는 권익위 부위원장, 법무부 법무실장, 법제처 차장으로 구성되며 주 1회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긴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회의를 열어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기준을 정립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관련 부처 과장급 5명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와 관련 부처 4∼5급 8명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각각 운영해 TF 업무를 지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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