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우리은행이 상반기 75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민영화에 파란불이 켜졌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 ⓒ뉴시스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민영화 성공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5.2%(2334억원) 증가한 750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수익을 기반으로 한 성장과 함께 건전성까지 개선된 결과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에도 1.6%의 대출성장과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통해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1713억원(7.4%) 불었다.

리스크 관리로 건정성 지표인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2분기 1.22%로 3개월 전의 1.38%보다 0.16%포인트 하락했다. 성동조선·SPP조선·대선조선·STX조선 등 조선 4사를 제외하면 이 비율은 1.06%까지 내려간다.

연체율은 0.57%로 전년말 대비 0.25%포인트 개선됐다.

우리은행은 통상 이달 말에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기업은행과 같은 29일에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시기를 열흘이나 앞당겼다. 이는 대외에 민영화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은행의 매각 여건은 한결 좋아졌다. 우리은행 주가는 올 들어 4월 27일에 최고점(1만800원)을 찍고 브렉시트 충격 이후 1만원 아래로 떨어지다 최근 다시 반등해 1만원선을 회복했다.

이에 이광구 행장은 이달 초 "지난해처럼 금요일에 공시하지 말고 결산 마치면 곧바로 공시하라"고 주문했다.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하면 주말이 끼어 주가 상승세에 탄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은행 직원들이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가 오를 공산이 커졌다. 앞서 우리은행 사주조합 직원들을 상대로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우리사주는 신청 받은 주식을 이달 20일부터 사흘간 시장가격에 매입해 평균가를 매긴 뒤,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할 계획인데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에 정부도 우리은행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초에 매각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1% 중 30~40%를 4~10%씩 쪼개 파는 방식의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매각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의지를 갖고 매각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내 은행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따라 올리면서 은행산업 환경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늦어졌고, 오히려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 작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약 1만3000원에는 매각해야 하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이 매각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으로 매각에 실제로 참여할 유효 투자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곧바로 매각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우리은행 지분을 일부 매각해 민영화 의지를 보이면 저평가돼 있는 우리은행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그때 남은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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