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미터 수락산장, 등산객 노래와 기타에 막걸리

[뉴스엔뷰]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집 주변에 있는 수락산이 좋아 주말이면 630m 주봉까지 가끔 산행을 한다. 책 한권을 들고 그늘에 누워 읽으면서 가지고 간 김밥이며 막걸리며 과일을 먹는 재미는 정말 좋다.

▲ 수락산장 콘서트장

특히 수락산 정상인 주봉에 올라가기 바로 직전, 수락산장이 있는데 그곳은 기타를 치는 사람들로 붐빈다. 수락산장은 산에서 나온 야생초로 담은 자연전통차이며 산나물과 산 버섯이 수북이 들어간 라면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 맛도 제법 괜찮다. 수락산장의 멋은 작은 콘서트장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누구나 기타를 가지고와 노래를 부르고 간 공간이기 때문이다.

수락산은 경기도 남양주시와 의정부시, 서울시가 함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의정부 장암과 서울 노원, 남양주시 별내면 등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자주 산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한 지인이 지난 4월 30일 2시부터 4시까지 수락산장에서 불우이웃돕기 봄 콘서트를 한다고 톡을 보냈다. 가끔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오가거나 할 때 차에서 만나 안부를 묻기도 한 사람이다. 그도 수락산장 애호가이기 때문에 산장에서도 가끔 만난 지인이다.

이날 초청을 받고 가지 않을 수가 없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집에서 점심을 먹고 수락산장을 향했다. 토요일인데도 비교적 산행을 한 사람들이 드물었다. 수락산 입구 마당바위와 옥류골, 은류폭포, 금류폭포를 지나 내원암으로 향했고 내원암을 지나면 곧바로 수락산장이 나온다.

 
하지만 내원암에 들어서기 바로 전, ‘금류동천’이라고 각인 돼 있는 바위가 나온다. 금류동천 바위는 금류폭포의 시작점이다. 매월당 김시습이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노하며 이곳에 들어 와 생활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금류동천 주변 바위에서 나온 약수는 정말 꿀맛이다.

이날 80대 부부가 산행을 하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배낭에 워낭과 녹음기를 달고, 풍경소리 내며 녹음기에는 연신 가요가 흘렀다.

 
금류동천을 지나 조계종 내원암은 한창 석가탄신일(오는 5월 14일, 음력 4월 8일)을 맞아 연등을 건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원암은 쾌불도가 유명하다. 경기도 유형문화제 197호로 지정됐고, 쾌불도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큰 법회 때 야외에 걸어 예불의 대상이 되는 대형 의식용 불화이다. 금당 안에 모셔진 불상을 대신해 그린 불화이기도 하다.

내원암을 지나 수락산장에 들어서니 콘서트 장에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는 등산객들도 가득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 수락산장 음악회에는 산장 주인 마리아를 비롯해 사물놀이의 복 내림굿, 요들송, 클래식, 동갑내기 듀엣 곡, 가요, 팝 등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대중가요 ‘토요일 밤에’를 합창했다. 연주를 하는 동안 노래를 부르는 사람,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불우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투명한 박스 안에 지폐를 넣었다.

 
오후 4시쯤 불우이웃돕기 봄 음악회가 끝나고, 투명한 유리에 쌓인 지폐는 사회복지법인 대건커리타스에 즉석에서 전달됐다. 행복한 나눔 바이러스가 전달된 순간이었다.

한편 수락산장은 지난 1970년대 준공돼 44년이 된 돌집 산장이다. 지난 1970년 11월 15일 정부에 의해 건설됐고, 등산객 대피소로 이용됐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무장간첩 김신조가 부대원들과 위장을 해 청와대를 공격하려 넘어오자, 이후 수락산 정상 부근에 초소(벙커)를 건설했고, 돌집인 수락산장을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취사를 할 수 있는 임시 거쳐 내무반으로 이용했다.

▲ 불우이웃돕기 모금함

이후 1993년 쓰레기더미로 폐허가 된 이곳을 산을 좋아하는 한 산지기 부부(한민희, 곽유진 부부)가 2년간 쓰레기를 치우고 1995년 3월 1일 새단장을 했다. 1970년대 지은 산장 중 수도권에는 유일하게 도봉산장과 수락산장만이 남아 있다. 곽유진 씨가 수락산장의 주인이고 마리아로 통하고 있다. 2012년 12월 남편 한민희 씨가 세상을 떠나고, 현재 마리아가 홀로 산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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